[스포츠서울 | 김효원 기자] 문학계에서 사물 중심적 서사로 자리를 확립한 소설가 이경란 작가가 소설집 ‘사막과 럭비’를 출간했다.

‘사막과 럭비’에는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탐구하고 섬세한 묘사를 통해 울림을 전하는 작품들이 담겨있다.

이경란의 소설에서 사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인간의 감정과 성격, 정체성을 형성하는 능동적인 존재다. 소설 속에서 사물들은 때로는 등장인물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사물들은 등장인물의 삶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동인이자 존재론적 의미를 부여받는다.

‘다정 모를 세계’에서 주인공 다정이 남편 준우의 생활 소음을 녹음 파일로 만들어 거부감을 극복하는 장면은 이 관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물들이 인간과 뒤얽혀 경계를 흐리는 순간, 인물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된다.

이번 소설집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사막’과 ‘럭비’라는 두 이질적 소재의 결합이다. ‘사막’은 고독과 생존을 상징하고, ‘럭비’는 격렬한 신체적 충돌과 팀워크를 상징한다. 이경란은 이 두 사물을 통해 등장인물들이 처한 환경과 관계 속 갈등을 심도 있게 탐구하며, 인간과 사물 사이의 경계를 허문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독자는 사물이 등장인물의 감정과 욕망을 어떻게 조형해가는지 목격하게 된다. 사물에 대한 치밀한 묘사와 이를 통해 얽혀가는 인간관계를 풀어내는 이경란 특유의 서술 방식은 단순한 문체의 실험을 넘어, 독자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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