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김고은은 늘 이방인으로 살았다. 서울에서 태어난 뒤 만 3세에 중국 베이징으로 이주했다. 10년을 지내고 중학교에 입학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낯선 생활이 다시 시작됐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재희(김고은 분)와 같았다. 끼인 신세였다. 겉돌기를 반복했다. 무리에 녹아드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고은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저도 재희와 비슷하게 유년 시절을 해외에서 지내고 왔다. 완전히 한국적 마인드는 아니었던 거 같다”며 “충돌하는 게 여러 가지 있었다”고 말했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게 별나다는 인상을 줬어요. 20대 때는 그게 억울했어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나와의 다름을 얼마나 올바르게 표현하느냐가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 재희도 현실에 타협하려고 했죠. 그러다 내 표현도 하면서 잘 살아 나갈 방법과 방향을 찾아가죠. 제 20대도 그랬던 거 같아요.”
‘무시’가 싫었다. 김고은은 “내가 어리니까 함부로 대하면서 어른스럽기를 바라는 모순을 갖고 있더라”며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게 있으면서도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 보자마자 반말하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고 웃어 보였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편안함을 찾는 결과에 이르렀다. 김고은은 “내가 언제 가장 편안한지 집중하는 거 같다. 나다움이라는 것은 편안한 상태에서 나온다”며 “그게 사람을 만날 때도 연기를 하는 현장에서도 편안함을 찾으려고 스스로 부단히 노력한다. 그럴 때 내 본연의 매력이 나오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 ‘은교’(2012)로 데뷔한 이래 시청률 20.5%를 찍은 드라마 ‘도깨비(2016) 천만 관객을 모은 ‘파묘’(2024)에 이르기까지 괄목할 만한 연기 변신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김고은은 “편안함이 연기를 할 때 중요하다. 그래야 내가 준비한 것을 가장 헤매지 않고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긴장감을 줄여줄 선배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유해진이 그런 선배다. ‘파묘’ 이후 예능 ‘삼시세끼’에서 만난 유해진은 끊임없이 김고은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김고은은 파안대소로 화답했다. 그만큼 편안한 사이기에 자연스러움이 묻어 나왔다.
“해진 선배랑 촬영할 때도 하루 종일 티키타카를 하고 그랬어요. 그게 너무 재밌어요. 왜냐하면 촬영이라는 거 자체가 고되고 그러니까요. 그렇게 선배님이 유머로 풀어주시는 게 너무나 좋다고 생각해요. 진짜 ‘아재 개그’만 하시는 게 아니고 숨넘어가게 웃기는 적도 많아요.”
지난 1일 개봉한 ‘대도시의 사랑법’은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조커: 폴 리 아되’를 제치고 ‘베테랑2’를 바짝 뒤쫓고 있다. 201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서사와 청춘의 사랑법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춘은 아름답고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니에요. 불완전한 시기가 20대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사회에 내던져지는데, 아는 건 없고 성인이죠. 그런 걸 다 겪기 때문에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영화에요. 그 과정이 있어야만 30대가 편해요. 저도 그랬고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