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 기자] 무사만루 찬스가 허무하게 날아갈 수 있는 순간, 심우준(29)이 해냈다. 특유의 빠른 다리를 앞세워 상대 내야진을 흔들었다. 3루 주자 김상수가 홈을 밟으며 4시간10분 연장 혈투에 마침표가 찍혔다. KT가 준플레이오프(준PO)를 마지막 5차전까지 끌고 갔다.

KT는 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준PO 4차전에서 6-5로 승리했다. 그야말로 살얼음판에서 승리를 거둔 KT다. 11회말 무사만루로 끝내기 승리가 눈앞으로 다가왔는데 베정대가 2루 땅볼, 천성호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아웃카운트 하나면 찬스가 무산되는 상황. 하지만 심우준의 발이 KT를 살렸다.

심우준은 그라운드 볼을 친 후 1루까지 광속 질주했다. 타구는 LG 투수 정우영의 글러브를 스치면서 굴절. 유격수 오지환와 2루수 신민재가 심우준을 잡기 위해 질주했다가 충돌했다. 그 사이 심우준은 1루를 밟았고 김상수가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오지환과 신민재 모두 심우준의 다리를 의식했다가 1루로 송구하지도 못했다. 이날 심우준은 5타수 3안타 1도루 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공격이 전부가 아니었다. 심우준은 8회초 특유의 넓은 수비 범위로 상대 공격 흐름을 끊었다. 무사 1루 박동원의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았다. 빠르게 2루로 송구했고 1루 주자 문보경의 2루 포스 아웃을 유도했다. 무사 1, 2루가 1사 1루가 됐고 결과적으로 8회초 실점을 ‘2’로 줄일 수 있었다.

경기 후 심우준은 11회말 내야 안타 순간을 두고 “1루 베이스만 보고 무작정 뛰었다. 슬라이딩까지 했다. 환호성이 들렸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당시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을 두고 “초구 때는 부담이 있었다. 2구 파울이 났고, 내 자신에게 ‘오늘 주인공 해봐라’고 중얼거렸다. 자신감 덕분에 안타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8회초 호수비도 회상했다. 심우준은 “잡을 수 있겠다 싶었고, 슬라이딩을 했다. 생각보다 타구가 오지 않아서 글러브가 꺾였다. 이악물고 2루로 강하게 던졌다”며 “마법이 아닌가 싶다. 세이프 타이밍이었는데, 스파이크가 들렸다. 그러면서 아웃이 됐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상무에서 전역해서 합류한 만큼 체력에서 자신감도 드러냈다. 심우준은 “다른 선수들은 144경기를 다 뛰었다. 나는 경기가 많이 남았다. 전역하고 다 소화하려고 했다. 선배님들 쉬게 하려고 한다 그런 마음으로 뛰고 있다”며 “선배님들이 힘들어하시더라. 나도 힘들지만, 어쩌겠나. 막내니까 뛰어다녀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시리즈 후 FA가 되는 것을 묻자 덤덤했다. 심우준은 “거짓말 하나도 안 하고, FA 기대감이 들 정신이 없다.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내 가치도 올라가지 않겠나. 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심우준은 준PO가 아닌 PO 무대로 올라 다시 수원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5차전은 무조건 이긴다. 대구 갔다가 수원으로 오겠다. 그리고 광주 갔다가 다시 수원으로 오겠다. 수원에서 마무리하고 싶다. 팬들이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도 그만큼 힘내서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