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윤세호 기자] “정규시즌 중에도 포스트시즌 열기를 받았다.”
만원 관중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가 낯설지 않다. 주말 혹은 휴일 경기마다 꾸준히 이를 경험했다. 즉 포스트시즌이 다르게 다가오지 않는다. 정규시즌 천만 관중·221회 매진이 가을야구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초보 열풍이다.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선수들이 정규 시즌과 다름없이 활약한다. 두산 김택연부터 LG 손주영, 삼성 이재현 김영웅 윤정빈 등이 그렇다.
신인 김택연은 지난 3일 KT와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2.1이닝 무실점했다. 7회 마운드에 올라 9회까지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돌직구 이상을 던지면서 임무를 완수했다. 두산은 KT에 와일드카드 최초 업셋 희생양이 됐지만 김택연은 KT 타선에 지지 않았다.
손주영은 처음 경험한 가을 야구에서 만능키가 됐다. KT와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과 5차전에서 중간 투수로 총합 7.1이닝 무실점했다. 상대 추격 흐름을 차단하며 LG의 PO 진출을 이끌었다. 정규시즌 내내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고 5차전에서는 이닝 중간에 등판했지만 오히려 평소보다 더 강한 공을 던졌다.
비결이 있었다. 손주영은 준PO 3차전 호투 후 “정규시즌에 주말 경기 등판이 많았다. 주말에 만원 관중 경기를 꾸준히 했다”며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이 딱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팬분들이 많이 오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만원 관중이 내뿜는 열기가 강한 공을 던지는 에너지가 됐다는 얘기다.
삼성 젊은 피도 마찬가지다. PO에 앞서 많은 이들이 삼성 선수들의 포스트시즌 경험 부족을 불안 요소로 꼽았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재현 김영웅 윤정빈이 나란히 PO 1차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첫 가을 야구에 임해 동반 활약을 펼쳤다.
1회말 2번 타자 윤정빈의 2루타를 시작으로 삼성 타선이 폭발했다. 윤정빈은 3안타에 몸에 맞는 볼 하나로 4출루. 테이블세터로서 임무를 완벽하게 실행했다. 이재현과 김영웅은 내야에 철벽을 쌓으면서 화끈하게 배트를 돌렸다. 김영웅의 4회말 홈런포는 더 이상 가을 초보 공식이 성립되지 않음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3년 만에 다시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삼성이 6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LG를 모든 부분에서 압도한 PO 1차전이었다. 그렇게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에서 첫 가을 야구 승리가 완성됐다.
PO 1차전 후 삼성 박진만 감독은 “올시즌 내내 라팍은 주말 경기 만원이었다. 그래서 시즌 중에도 포스트시즌 열기를 받았다”며 “물론 오늘 열기가 조금 더 뜨겁기는 했다. 그래도 야구장 시설 정도만 조금 달랐지 크게 다른 점은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윤정빈 또한 “정규시즌 매진 경기와 큰 차이는 없었다. 팬들의 함성을 들으면서 힘을 얻는다. 이렇게 주목받는 경기가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미소 지었다.
역사에 남을 야구 붐이다. 리그 출범 43번째 시즌에 처음으로 1000만 관중 돌파를 이뤘다. 정규시즌 최종 관중수 1088만7705명. 720경기 중 221경기 매진이다. 삼성 홈경기는 30차례 매진으로 KIA와 홈경기 매진 공동 2위, 한화(47회) 다음으로 만원 관중 경기가 많았다.
그래서 매진이 예약된 포스트시즌 분위기가 다르게 다가오지 않는다. 가을 야구 경험도 이제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 박 감독은 “예상한 것보다 우리 선수들이 훨씬 좋은 경기를 했다. 앞으로 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것 같다”며 가을 초보가 만드는 대반전을 예고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