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그냥 나가서 던지면 됩니다.”

정규시즌은 선발로 나섰다. 가을야구에서도 선발이 유력했다. 실제 보직은 불펜이다. 왼손의 이점을 살리고자 한다. 박진만(48) 감독이 고심 끝에 결정했다. 왼손 이승현(22) 얘기다. 선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승현은 “불펜으로 간다고 했을 때, ‘아 그렇구나’ 했다. 경기 뛰는 게 중요하다. 팀에 보탬이 돼야 한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목표다. 보직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발로 준비한 것은 맞다. 그러나 부상에서 돌아와 투구수가 많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중간에서 긴 이닝 소화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내가 할 것만 하면 된다. 언제든 나갈 수 있다. 던지라고 하면 던지면 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승현은 정규시즌 17경기 87.1이닝, 6승 4패,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했다. 데뷔 후 계속 불펜으로 나섰다. 2023시즌 후 선발 변신을 택했다. 호주리그에도 다녀왔다. 물음표가 붙은 상태로 시즌에 돌입했으나 느낌표가 됐다. 변신 성공이다.

위기도 있었다. 지난 8월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길게 자리를 비웠다. 자칫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었다.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들었다. 3차전 선발 후보로 놨다. LG가 올라오면 이승현, KT가 올라오면 황동재로 갈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에 틀었다. 이승현을 불펜으로 쓰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불펜이 약하다. 최지광이 빠졌고, 백정현도 없다. 쓸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 써야 한다. 그게 이승현이다.

1차전과 2차전 모두 등판했다. 1차전은 2사 만루 위기에서 올라와 땅볼을 유도했다. 디아즈 범실이 아니라면 이닝이 끝날 상황. 안타 하나 맞았지만, 대량 실점은 막았다. 0이닝 0실점으로 끝났다. 2차전에서는 0.2이닝 무실점을 올렸다.

이승현은 “불펜은 늘 했던 거라 편한 것 같다. 선발하다 불펜으로 나가니 또 편한 부분도 있다. 내 공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자신감도 있다. 좌타자 때 나갈 텐데, 기준 세워두고, 그동안 했던 것처럼 하겠다. 타자 분석 잘해서 던지려고 한다. 편하게 던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출전 자체로 즐거운 듯하다. “사실 플레이오프에 못 나올 줄 알았다. 부상 후 ‘뛸 수 있을까’ 싶었다. 상태가 좋아지면서 엔트리에 들 수 있었다. 다행이다. 가을야구가 확실히 재미있다. 언제가 됐든 던지라면 던진다. 난 준비가 되어 있다”고 힘줘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