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배울 건 배워야 합니다.”

‘가왕’(歌王) 조용필은 74세의 나이, 정상의 자리에서도 후배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노래는 대중의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조용필의 진심을 통해 그가 왜 전세대를 아우르는 가왕이 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올해로 데뷔 56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이 22일 정규 20집으로 돌아온다. 음원차트를 휩쓸었던 ‘바운스’가 수록된 2013년 정규 19집 ‘헬로’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22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린 정규 20집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조용필의 컴백을 환영하기 위해 공연장 주변에는 일찍부터 많은 팬들이 모였다. 이들은 ‘여전히 무대에서 새 노래로 팬들과 소통하는 당신의 열정을 사랑합니다’ ‘데뷔 56주년 또다시 만나는 가왕의 명반’ 등의 현수막을 들고 추적추적 내리는 빗 속에서도 조용필을 응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처음으로 신곡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를 공개, 이후 무대에 등장한 조용필은 “70세가 넘어서 신곡을 발표하는게 어려웠지만 열심히 해봤다”고 말했다. 2018년 50주년 간담회 이후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선 조용필은 “이런 자리는 참 쑥스럽다”고 운을 떼며 “콘서트는 행복하다. 무대에 올라가는 건 편안한데 무대 뒤에서 대기할 때는 지금도 떨린다”고 말했다.

20집이 마지막 앨범이라고 말한 조용필은 “1집부터 시작해서 20집까지 했으면 앨범으로서는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을 거 같다”면서도 “그런데도 사실 아직 모르겠다. 제가 미쳐서 21집까지 낼 수도 있다. 좋은 곡이 있으면 만들겠다”고 열어놨다.

20집은 당초 지난해 발매될 예정이었으나 음악적 완성도를 위해 1년 가량 미뤄질 정도로 많은 공을 들인 앨범이다. 지난 2022년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 원(Road to 20 - Prelude 1)’을 시작으로 지난해 발매된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 투’를 거쳐, 이번 정규는 신곡을 다수 추가해 완성됐다.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 조용필은 “콘서트는 계속 했는데 음반은 쉽게 되지 않더라. 제 마음에 들어야 되는데 마음에 안 들더라. 거의 수백곡은 만들었을 것”이라며 “10월초까지 녹음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56주년에도 여전한 조용필의 음악적 도전정신이 담겨 완성됐다. 정규 20집 타이틀곡은 ‘그래도 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가다.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변요한, 이솜, 전미도 등 톱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뉴진스의 ‘ETA’ ‘디토’ ‘OMG’ 등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유명 영상 제작사 돌고래유괴단이 신곡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했다.

‘그래도 돼’를 만든 계기에 대해 조용필은 “TV로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1등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가고 2등은 패자가 되더라. 그 마음은 어떨까 싶었다. 속상하고 실망했겠지만 ‘다음엔 이길거야’ ‘지금은 그래도 돼’ ‘한 번 더’의 마음을 가질 거 같더라.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할 순 없지 않나. 그 마음을 가사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 실리는 수록곡 ‘라’, ‘필링 오브 유’ 등은 앞서 발표된 미니앨범 ‘로드 투 트웬티- 프렐류드’ 시리즈로 선 공개된 뒤 신선한 음악적 시도라는 평단의 극찬을 얻은 바 있다. 조용필은 ‘필링 오브 유’로는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를 누리는 신스팝 장르의 작곡을 도전했고, 또 다른 신곡 ‘라’로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장르도 처음 시도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파격스러운 곡이자 일렉트로니카 트랙인 ‘라’에 대해서 조용필은 “자꾸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안되는데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조용필은 1969년 미8군 무대에서 그룹 파이브 핑거스로 데뷔해 55년 동안 ‘돌아와요 부산항에’ ‘킬리만자로의 표범’ ‘단발머리’ ‘창밖의 여자’ 등 셀 수 없이 많은 히트곡을 보유하며 한국 가요계의 상징이자 세대를 아우르는 아티스트로 평가받는다.

누적 앨범 최초 1000만장 돌파, 한국 가수 최초 미국 카네기홀 공연, 한국 가수 최초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홍백가합전’ 출연 등 셀 수 없는 기록을 남겼다. 지상파 3사 가요 프로그램에서 총 78번 1위를 차지한 것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전설적 기록이다.

특히 조용필은 장르를 넘나드는 탁월한 음악성으로 지금까지 많은 후배 가수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조용필은 56년간 해온 음악도 끊임없이 배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용필은 “창법이나 음성을 내는 법에 대해서 계속해서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이 공부한다. ‘저 가수는 저렇게 하는데 나도 될까?’하며 실험해본다. 그게 재밌어서 지금까지 음악을 하게 된 거 같다”며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거다. 대중을 향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가사나 노래는 대중의 것이 되기 때문에 신중하고 디테일하게 연구하게 된다. 예전에는 잘 몰랐다. 나이가 먹으면서 차츰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후배들의 노래도 열심히 듣는 다는 조용필은 “흐름과 장르의 변화를 많이 듣는다. 후배 가수들에게 꽃다발도 보내주는데 그러면 용기가 될 거 같아서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조용필, 56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도전이다. 조용필은 “욕망이 커서 다 이루지 못하고 끝날 거 같다”며 “전세계적으로 K팝 인기가 대단한데, 키가 크고 잘 생기고 조금 늦게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아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용필은 11월 23일과 24일, 11월 30일과 12월 1일 총 4일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20집 발매 기념 조용필&위대한탄생 Concert - 서울’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정규 앨범 ‘20’ 발매를 기념하는 무대로, 새 음반 수록곡 여럿을 처음 라이브로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