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 기자] “(구)자욱이 형이 있어서 다행이죠.”

9년 전에는 막내였다. 지금은 든든한 ‘기둥’이다. 경기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수단 모두 믿는다. 사자군단 ‘캡틴’ 구자욱(31) 얘기다.

21일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도중 구자욱의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6회초 무사 1,2루 찬스 상황. 구자욱이 헬멧을 쓰고, 배트를 들었다. 금방이라도 타석으로 나갈 것 같은 모습이다.

문제는 구자욱이 ‘아프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왼쪽 무릎에 탈이 났다. 인대 손상 진단이다. 16일 일본으로 출국해 치료를 받고, 18일 돌아왔다.

통증은 잡힌 듯하다. 보조기를 차고, 목발을 집고 출국했는데 돌아올 때는 걸어서 왔다. 한국시리즈 1차전 사전 행사를 위해 그라운드에 나설 때도 가볍게 뛰는 모습을 보였다.

선발 출전은 무리다. 상황이 되면 대타로 나갈 수도 있다. 1차전 도중 몸을 풀면서 준비한 이유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묻어난다.

박진만 감독은 “자욱이가 알아서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경험 있는 선수다. 6회 상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자체적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선수단 신뢰는 절대적이다. 원태인은 “우리 팀에서 가장 강한 카드 아닌가. 자욱이 형이 연습 배팅을 한 것 같다. 찬스가 있으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고, 준비 됐다고 항상 얘기한다. 언제 나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히든 카드다.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류지혁은 “자욱이 형이 있어서 팀 단합이 더 잘된다. 팀에 꼭 필요한 존재다. 부상으로 빠졌을 때 걱정했는데,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다. 우리 팀 분위기도 정말 좋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즌 129경기, 타율 0.343, 33홈런 115타점, 출루율 0.417, 장타율 0.627, OPS 1.044를 찍었다. 리그 타율 4위, 홈런 5위, 타점 4위다. 출루율 4위, 장타율 3위도 있다. MVP급 성적을 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스리런 아치를 그리는 등 3안타 3타점으로 날았다. 2차전에서 불의의 부상이 아쉽다. 그래도 구자욱은 구자욱이다. “내 무릎이 어떻게 되든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캡틴’의 각오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