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타이베이=김동영 기자] 시원한 장타가 하나 터졌다. 이상할 정도로 안 맞았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단다. 문보경(24)이 살아났다.
문보경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 라운드 2차전 쿠바와 경기에 7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루타를 터뜨리며 2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2회말이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섰다. 상대는 일본프로야구(NPB)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1.88) 리반 모이넬로. 카운트 0-2 불리한 상황에서 모이넬로의 변화구를 통타, 좌중간 2루타를 때렸다.
박성한의 안타 때 3루에 갔고, 최원준 내야안타 때 홈을 밟았다. 선취 득점이자 결승 득점이 문보경에게서 나왔다.
이상할 정도로 맞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이 “문보경기 타격감 자체는 나쁘지 않다. 상대가 잘 던진 부분이 크다. 대만전에서는 안타가 될 타구가 호수비에 걸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쿠바전에서 드디어 터졌다. ‘계기’가 될 수 있는 안타다. 그것도 장타를 때렸다. 문보경이 살면 대표팀 타선 무게감이 달라진다. 2024시즌 144경기, 타율 0.301, 22홈런 10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9를 기록한 타자다.
경기 후 만난 문보경은 “그냥 공이 보여서 쳤다”며 웃은 후 “2스트라이크여서 노림수가 있지는 않았다. 비슷하게 들어오면 친다는 생각이었다”고 2루타 순간을 돌아봤다.
이어 “맞는 순간 좌중간 가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아웃이기는 해도 찬스를 만들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초반부터 점수를 많이 내면서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팀에 도움이 되어서 좋다. 그 생각만 했다. 다음 경기해 봐야 알겠지만, 컨디션이라는 게 그날그날 또 다르기는 하다. 지금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타격하다가 허리가 조금 안 좋아서 빠졌다. 지금은 괜찮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일본 선발이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 1위 선수다. 어떻게든 결과를 내고자 한다. 평균자책점 1위라도 단기전은 모를 일이다.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 타선을 이끄는 선수는 김도영이다. ‘슈퍼스타’답게 펄펄 날고 있다. 그러나 한 명으로는 안 된다. 다른 힘도 필요하다. 문보경의 방망이가 살아났다는 점이 그래서 반갑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