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2025년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마음으로 신년을 맞이했다. 한때는 대한민국 방송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생존을 이야기해야 할 만큼 상황이 급박하다.
KBS는 지난해 뼈아픈 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 1분기 455억 원의 적자를 내며 수익 구조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특히 광고 수익이 전년 대비 21억 원 줄어든 379억 원에 그쳤다. 광고 시장의 변화와 경쟁 심화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 것이다.
SBS 역시 2024년 3분기까지 253억 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피하지 못했다. 이는 콘텐츠 제작 비용 증가와 전통 방송 시청률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MBC는 상반기 기준으로 186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그러나 2021년 684억 원, 2022년 566억 원에 비하면 실적은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위기의 한복판에서 지상파 3사의 리더들은 신년사를 통해 각자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KBS : 굳건한 리더십 ‘수난의 고리’ 끊겠다
KBS는 공영방송을 독립을 지키면서, 내부 진영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향성을 내비쳤다.
박장범 KBS 사장은 “앞장서서 공영방송 독립을 지키는 굳건한 리더십을 구축하겠다. 내부적으로 일 중심의 조직을 운영하고, 외부적으로는 수신료 안정화를 달성하겠다”며 “수신료를 통합 징수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신료를 내는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행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 수신료를 포함해 재원 안정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되풀이되는 공영방송의 수난사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내부 진영 갈등이 극심해지는 사이 우리는 국민이 가졌던 공영방송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극단적 개인주의로 흐른 KBS를 실질적으로 변화 시켜야 한다. 회사 생존 앞에 진영이란 있을 수 없다. 후배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새로운 KBS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SBS :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쉽,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
넷플릭스와 6년 간 대규모 파트너쉽을 맺은 SBS는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방문신 SBS 사장은 “지난해에는 조직개편과 넷플릭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등 선제적 위기 대응에 전략적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작년의 위기 대응을 성과의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희망의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 민영다움의 핵심은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 사장은 “수익성은 우리 직원들이 공유할 이익과 직결되는 것인 만큼 판단기준의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본부별, 팀별 KPI (평가지표)를 재설정하고 제작 프로세스의 혁신을 올 한 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년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한 해, 희망을 실적으로 실천한 한 해로 기록될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힘을 합치자”고 당부했다.
◇MBC :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 400억원 이상 수익 올릴 것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MBC는 각종 OTT와 협력해 4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겠다고 자신했다
안형준 MBC 사장은 신년사에서 “‘통합 OTT’를 중심으로 전략적인 파트너십 확장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다. 특정 사업자에 귀속되는 상황보다 더 나은 조건의 유통수익을 확보해, 올 하반기부터는 3년간 본사 수익이 2024년 대비 연간 400억 이상 증가하게 될 것”이라 예고했다.
또 “디즈니플러스와는 규모 있는 드라마 공급 계약을 체결해 더 많은 지구촌 시청자들이 MBC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최종 정산이 진행 중이지만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2024년에도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5년 연속 흑자 행진”이라고 밝혔다.
2025년은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분수령이 될 해다. 각사의 리더들은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웠지만, 공통된 목표는 ‘재도약’이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상파의 노력이 성공적인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