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홍명보 감독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납니다\'
항저우 뤼청 사령탑에 오른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야인 생활을 청산하고, 1년 6개월만에 현장에 복귀한다. 행선지는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뤼청이다. 홍명보 장학재단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홍 감독이 2016시즌 중국 슈퍼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항저우의 감독을 맡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계약기간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년이다. 홍 감독은 최근 논의를 위해 두차례 항저우를 다녀왔고, 지난 16일 구단주와의 대화를 통해 항저우의 진정성을 확인했다. 2005년 지도자로 변신한 홍 감독은 항저우에서 첫 프로 클럽 지휘봉을 잡게 됐다. 지도자로서 유럽리그 도전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홍 감독이 왜 중국 슈퍼리그를 선택했을까.

◇이번에도 가시밭길이다

홍명보 장학재단은 “홍 감독이 최근까지 아시아 유수의 클럽들로부터 많은 러브콜이 있었다. 항저우 구단의 축구에 대한 철학과 강한 러브콜이 홍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홍 감독은 최근 일본 J리그 니가타 알비렉스와 중국 항저우 등에서 감독 제의를 받았고, 최종 결정은 항저우였다. 홍 감독은 도전 의식이 강한 지도자다. 안전한 길보다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강해 이번에도 모험을 선택했다.

홍 감독은 2005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하는 국가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줄곧 각급 대표팀에 몸담았다. 프로 클럽 사령탑으로는 첫 도전이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는 언어와 생활에 익숙한 일본이 수월하다. 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중국행을 결정했다. 홍 감독은 지난 2013년 러시아 지도자 연수를 앞두고 “내가 생각하는 인생은 두 가지다. 더하기 인생도 있고, 곱하기 인생도 있다고 본다. 나는 곱하기 인생을 살고 싶다.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도전을 즐긴다”고 자신의 철학을 전한 바 있다.

◇아시아 대표 축구인 홍명보, 이번에는 중국이다

홍 감독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인이다. 현역 시절에는 아시아 최초로 4회 연속 월드컵 출전을 달성했고, 지도자로는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아시아 축구를 빛낸 레전드로 평가받고 있다. 홍 감독의 영향력은 한국과 일본에 집중돼 있다. 일본의 경우 2000년 가시와 레이솔에서 외국인 최초로 주장을 맡으면서 일본 선수들에게도 신망과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홍 감독의 J리그 시절 모습을 지켜본 일본 구단들은 그가 지도자로 변신한 뒤 꾸준하게 영입을 노렸다.

반면 홍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서 중국과는 큰 인연이 없다. 최근 중국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급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아시아 축구의 새로운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축구광’으로 소문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원을 앞세워 중국 축구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축구인으로서 경험을 중요시하는 홍 감독에게 중국 무대는 꼭 거쳐야 할 행선지일지 모른다.

항저우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새 사령탑 부임을 환영하는 항저우 뤼청 구단. 캡처 | 항저우 뤼청 홈페이지

◇세계적 명장들과 대결, 지도자로서는 기회

중국 슈퍼리그는 스타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명장들의 집합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령탑들이 즐비하다. 월드컵 우승을 맛 본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광저우 헝다) 멕시코와 잉글랜드를 이끈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상하이 상강) 브라질 대표팀을 이끌었던 마누 메네제스 감독(산둥 루넝) 등이 내년 시즌에도 슈퍼리그에서 경쟁을 벌인다. 베이징 궈안은 그레고리 만사노 감독과 최근 결별을 선언한 뒤 후안데 라모스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영입을 노릴 정도로 명장에 대한 욕심이 많다.

홍 감독에게 슈퍼리그는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명장들과의 대결을 통해 지도자로서 아시아 이외 지역까지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홍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 이후 지도자 연수를 추진할 때 유럽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동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보다는 동양에서 온 지도자라는 인식이 더 컸기 때문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주선으로 2013년 초 러시아리그 안지에서 연수를 할 때도 이방인이라는 주위의 시선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의 최종 목표인 유럽 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지도자로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중국리그는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doku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