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미야케 쇼(40) 감독은 일본보다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베니스영화제가 고레에다 히로카즈(62) 감독을 발견했다면, 베를린영화제는 미야케를 주목했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18)에 이어 ‘새벽의 모든’(2024)으로 베를린에 초정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두 감독 모두 다큐멘터리 PD 출신다운 사실주의에 기반한 영화가 특징이다.

지난달 국내에 선보인 ‘새벽의 모든’도 월경증후군(PMS)과 공황장애를 가진 두 주인공이 나온다. 정신과 질환을 가진 이들에게 잠들지 못한 밤은 고통스럽다. 새벽은 아침이 오기 전 칠흑같이 어둡던 밤이 끝나고 환한 아침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제목은 이런 의미를 포함했다.

영화 홍보를 위해 내한한 미야케 감독은 인터뷰에서 “제목에는 모든 의미가 있다. 밤이 끝난 뒤 희망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야근을 끝내고 자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반면 정말 괴로운 사람에게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 앞에 아침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새벽의 모든’에는 태양이 뜨고 지는 모든 의미를 다 담았다”고 말했다.

미야케 감독 특유의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도 담겼다. 고통에 대한 포르노적인 과시는 아니다. 미야케 감독은 “PMS랑 공황장애가 힘든 병이다. 연기를 통해서 이렇게 고통스럽다고 하는 것도 한 패턴”이라며 “현실에선 드러내기보단 주변 사람에게 고통을 감추는 게 리얼이 아닌가 생각한다. 배우가 보여주는 일이지만 감추는 쪽으로, 속으로 삭히는 접근을 해서 리얼을 잘 잡아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안일하게 희망을 준다고 만들고 싶진 않았습니다. 밤의 어두움, 암흑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었어요.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난 뒤 밝은 감정을 갖게 되기를 바랐어요. 침울한 상태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죠.”

일본에서 촉망받는 배우이자 가수 마츠무라 호쿠토, 카미시라이시 모네가 주연을 맡았다. 두 사람은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이성적 감정으로 빠지지 않는다.

미야케 감독은 “현장에서 장소가 상당히 중요하다. 뭔가를 할 때 방에서 부엌으로 이동하게 되면 뭘 하려고 이러나 궁금증이 생긴다. 여기서 쑥스러움이 생기고 연애 감정이 생긴다”며 “그 앞에서 과자를 털어서 먹는다든지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디렉션을 줬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16㎜ 필름 카메라로 작업했다. 디지털과 다른 독특한 물성을 자아낸다.

“필름 카메라 이점은 시각적인 것도 있고, 현장 분위기가 좋아져요. 필름으로 촬영하면, 베테랑 스태프도 그렇고 좋은 긴장감을 느끼고 해요. 배우들도 기합이 들어가고요.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되죠. 물론 디지털로 해도 그렇게 해야겠지만(웃음). 테마나 소재에 따라서 구분해서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필름을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것 같네요.”

‘젊은 거장’이라는 칭호에 “전혀 부담감이 없다”고 말하는 미야케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후카다 고지 등과 함께 일본 영화를 이끌어 갈 새로운 세대로 주목받는다. 그는 “제 나이에 맞는 영화 만들어 가고 싶다”며 “40대이기에, 50대이기에 만들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