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축구 여는 홍명보 감독 \'긴장되네요\'[SS포토]
중국프로축구팀 황저우 뤼청(그린타운)으로 현역복귀가 확정된 홍명보 전 대표팀감독이 ‘청소년에게 희망을 소아암 환우들에게 사랑을’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자선축구경기(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5)를 펼친다. 팔레스호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도전을 즐기는 성격답게 자신감이 넘쳤다. 내년부터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뤼청의 지휘봉을 잡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홍명보(46) 감독이 중국행 확정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났다.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무대를 차기 행선지로 낙점했지만 지도자로서 처음 지휘봉을 잡은 클럽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선수 한 명의 영입자금으로만 수백억원이 오가는 슈퍼리그에서 항저우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사서 쓰는 구단이 아닌 키워서 쓰는 구단을 지향하는 항저우만의 색깔이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홍 감독은 22일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자선경기‘셰어 더 드림 풋볼 매치 2015’ 미디어데이 행사 직후 취재진과 만나 “항저우 구단에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했다. 나도 그 부분을 주목하고 있었고, 서로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면서 중국행 이유를 설명했다.

◇새로운 경험

홍명보 감독에게 경험은 가장 큰 자산이다. 2002 한·일월드컵 직후 당시 주목받지 못한 미국 프로축구에 뛰어들고, 런던올림픽 메달 획득 이후 러시아 안지로 지도자 연수를 선택한 것도 모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서였다. 축구인으로서 경험을 중요시 여기는 홍 감독에게 중국 무대는 미지의 세계이자 기회의 땅이다. 그는 “요즘은 중국이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나라다. 개인적으로 축구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다.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른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에서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선택의 이유가 됐다. 인간으로서의 많은 경험들을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인이다. 현역 시절에는 아시아 최초로 4회 연속 월드컵 출전을 달성했고, 지도자로는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아시아 축구를 빛낸 레전드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에게 중국은 마지막 퍼즐과도 같은 무대다. 홍 감독의 영향력은 한국과 일본에 집중돼 있다. 일본에서는 2000년 가시와 레이솔에서 외국인 최초로 주장을 맡으면서 신망과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홍 감독의 J리그 시절 모습을 지켜본 일본 구단들은 그가 지도자로 변신한 뒤 꾸준하게 영입을 노릴 정도다. 홍 감독은 “(선수 생활동안)한국 일본 미국에서 살아봤다. 중국에서 살게되면 동북아 3개국에서 다 살아본 것이다. 앞으로 나에게 축구인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SS포토] 홍명보 감독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납니다\'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뤼청 감독직을 맡은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신뢰를 구축하게 만든 관심

홍 감독은 순탄한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해가 갈수록 투자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중국 슈퍼리그에서 항저우는 중소규모 구단에 지나지 않는다. 치열한 투자 싸움속에서 어떻게 버텨내는냐가 내년 시즌의 숙제로 던져졌다. 최근 여러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은 홍 감독은 항저우를 선택한 이유로 ‘관심’을 꼽았다. 그는 “구단에서 나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협상과정에서 내가 특별하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구단에서 모든 것을 수용해줬다. 그래서 협상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없었다. 양쪽 다 상대에게 관심이 많았다”고 밝혔다.

한국 지도자의 중국 프로무대 진출은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최은택 감독이 1997년 옌볜FC를 이끈 것이 첫 사례다. 이후 18년동안 지도력을 인정받은 사령탑들이 중국 프로축구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감독들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중국 슈퍼리그는 지도자와 계약시 성적의 마지노선을 설정하는 등의 독소조항이 관례화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저우는 홍 감독을 영입하면서 별다른 장치를 해두지 않았다. 그만큼 홍 감독의 지도력을 믿는다는 의미기도 하다. 홍 감독은 “내 경우에는 (독소조항을) 다 뺐다. 쉽지가 않은 일인데 구단에서 모든 것을 양보한 것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나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소통의 자신감

홍 감독은 일본과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지도자로서는 러시아에서 연수를 소화하는 만큼 이국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오히려 또 다른 세상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차 있다. 그는 “중국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활동무대가 달라지지만 지도 철학은 바뀌지 않는다. 홍 감독은 2009년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직후에도 어린 선수들에게 축구보다는 인성을 가르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내 생각과 철학을 운동장 안팎에서 전해주고 싶다. 운동장을 떠나서도 사회에서 사람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를 중국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중국 무대에서 팀 성적보다는 올바른 길을 인도하는 스승과 존경 받는 지도자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중국 내에서 신뢰받고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느냐가 중요하다. 구단과 리그에서 한국인 지도자들에게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선수단, 구단에서 신뢰받는 지도자가 돼 다음에 진출하는 지도자들에게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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