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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체육공원에 ‘일장기 말소 의거’의 주역이었던 이길용 기자의 흉상이 들어서고 있다.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생과 그의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워내며 일제에 항거했던 이길용 기자가 81년 만에 한 자리에 섰다.

25일 오후 손기정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서울 중구 만리동의 손기정 체육공원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한국체육기자연맹과 한국체육언론인회가 함께 ‘이길용 기자 흉상 제막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체육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참가해 이길용 기자의 뜻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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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 말소 의거가 일어난 지 꼭 81년 만에 손기정 체육공원에 세워지게 된 이길용 기자의 흉상. 

이길용 기자는 손기정 선생의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 가슴에 새겨진 일장기를 삭제한채 내보내 민족정신을 일깨웠던 ‘일장기 말소 의거’의 주역이다. 당시 의거의 주모자로 경찰에 연행돼 갖은 고초를 겪었고 해방이 될 때까지 신문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복직 이후에도 스포츠 현장을 부지런히 누비며 한국 스포츠 언론의 틀을 세웠고 체육행정에 직접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으로 한국 스포츠의 근대화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6.25전쟁 도중 납북된 이후 소식이 끊긴 상태다. 이길용 기자의 흉상이 손기정 체육공원에 들어선 25일은 ‘일장기 말소 의거’를 일으킨 1936년 8월25일로부터 꼬박 81년째가 되는 날이다.

흉상 제막식에 앞서서는 ‘이길용 기자의 스포츠와 시대정신’이라는 주제의 포럼이 진행돼 ‘일장기 말소 의거’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김광희 체육언론인회 고문은 이길용 기자의 의거에 대해 “스포츠를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형태의 항일이었다”고 주장하며 “공동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선인들의 정신을 오늘을 사는 언론과 언론인이 기리고 배워야 할 덕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육언론인회 홍윤표 이사도 다양한 사료를 통해 “파하 이길용이야말로 한국 최초의 체육기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일장기 ‘말소’는 단순히 지운 것이 아니라 지워서 없애버려야 한다는 결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말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정효 서울대 교수도 “이길용 기자는 일제가 아무리 수탈해도 빼앗을 수 없는 두 가지를 최후까지 지키려고 했다. 그것이 민족혼이고 청년이었다. 또한 이길용 기자는 조국과 민족의 스포츠를 위해 기꺼이 배경이 되고 서까래가 된 인물이었다. 이길용 기자가 스포츠를 통해 구하려고 했던 것이 오늘날과 다르지 않다”며 이길용의 기자정신을 우러렀다.

j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