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메르시!”

경기가 끝났지만 누구 하나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쉴새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한 사람을 기다렸다. 바로 살아있는 전설 ‘페이커’ 이상혁(28·T1) 얘기다. ‘페이커’가 전한 짧은 감사 한마디에 그야말로 파리가 열광했다. 바로 ‘메르시(merci, 고마워요)’다.

작년에도 ‘메르시’가 있다. ‘천재’ 이강인(23)이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파리 생제르망(PSG)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 프랑스어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메르시!”라고 답해 PSG 팬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것.

올해는 ‘페이커’다. 이상혁과 소속팀 T1은 1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롤드컵’ 8강전에서 TES에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T1은 한국(LCK) 대표 중 가장 먼저 준결승에 오르며 ‘롤드컵 2연패’를 향해 한 발 전진했다.

또한 이상혁은 또 한 번의 기록을 경신했다. 롤드컵 최초 통산 ‘103승(세트 기준)’ 달성. 아직 끝이 아니다. 기록을 계속해 갈아치운다. ‘기록제조기’라 불린다.

그리고 T1은 왜 ‘중국(LPL) 킬러’라 불리는지 확실히 입증했다. T1은 지난해 롤드컵 8강에서 LNG e스포츠, 4강에서 징동 게이밍, 결승에서 웨이보 게이밍 등 LPL 팀을 차례대로 격파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올해도 못할 이유가 없다.

4강을 확정한 후 방송인터뷰에 나선 이상혁은 “오늘 경기가 잘 됐고, 운이 좋았다”며 짧은 소감을 밝혔다.

올시즌 T1은 부침을 겪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4번 시드’로 힘겹게 롤드컵 막차에 올랐다. 또 하나 이상혁이 보유한 기록. ‘최연소·최고령’ 롤드컵 우승자.

관련해 그는 “항상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경기를 하면 재밌기 때문에 열심히 한다. 열심히 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따라와 준 것 같다”고 자신을 낮췄다.

이제 4강이다. T1은 젠지와 플라이퀘스트 승자와 맞붙는다. 이상혁은 “누가 올라올 지 모르겠지만 재밌는 매치를 하겠다. 8강처럼 좋은 경기력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아디다스 아레나는 ‘페이커’를 연호하는 함성과 환호가 울려퍼졌다. 한국어로 인터뷰를 했는데 파리 현지 팬들은 마치 다 알아들었다는 듯 폭발적인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페이커’ 이름의 무게를 실감케한 모습.

끝으로 이상혁은 현지 팬들을 향해 “파리에서 좋은 추억이 많다. 팬들이 만들어줬다”며 “이렇게까지 많은 응원에 항상 감사하다. 메르시”라고 화답했다. ‘페이커’로 잠들지 않은 파리의 밤이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