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770314
이승훈이 10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건 채 시상식을 하고 있다. 출처 | 국제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색깔은 달랐지만 모두 의미 있는 메달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삼총사’ 이승훈과 이상화, 김보름이 내년 2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10일 열린 마지막 월드컵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따냈다. 메달의 빛은 서로 달랐지만 올림픽이란 본고사를 앞두고 치른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희망을 봤다는 점에서 가치는 비슷하다.

◇금메달 이승훈, 남자 매스스타트 최강자 재입증

남자 매스스타트 최강자를 재입증한 레이스였다. 이승훈은 10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둘째날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막판 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차 대회 금메달에 이은 올시즌 월드컵 매스스타트 두 번째 금메달이다. 이날 레이스에선 러시아의 다닐라 세메리코프가 초반부터 일찌감치 치고 나가 나머지 선수들과 간격을 벌렸으나 이승훈이 마지막 바퀴를 남겼을 때 월등한 스퍼트 능력을 선보이며 7분58초22의 기록으로 맨 먼저 들어왔다. 이승훈은 지난 5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에선 쓴 약을 마셨다. 다른 선수들이 일찌감치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이를 따라잡지 못해 13위에 그친 것이다. 그러나 6일 만에 다시 열린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올시즌 월드컵 3차례 매스스타트 레이스 중 두 번 우승한 이승훈은 평창 올림픽 유력 금메달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은메달 이상화, 고다이라 턱밑까지 추격

이상화의 은메달은 값졌다. ‘최강자’ 고다이라 나오와 간격을 점차 줄이고 있다. 그는 이날 열린 500m 2차 레이스에서 일본의 고다이라(36초54)에 0.25초 뒤진 36초7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땄다. 그는 전날 1차 레이스에서도 36초71로 들어와 36초50을 기록한 고다이라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이상화는 올해 고다이라를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이상화가 무릎 부상으로 고전하는 사이 고다이라는 지난해부터 국제대회 23연승을 달리며 최강자가 됐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평창 올림픽이다. 이상화는 올시즌 고다이라와 격차를 줄인 끝에 지금은 턱밑까지 추격했다. 올시즌 월드컵에서의 총 7차례 여자 500m 레이스에서 이상화와 고다이라 사이의 간격은 0.31초→0.20초→1.00초→0.88초→0.33초→0.21초→0.25초로 2차 대회 1~2차 레이스에서 잠시 벌어졌으나 최근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상화는 지난 2013년 36초36을 기록, 이 종목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솔트레이크 월드컵에서 두 번 모두 36초대에 들었다. 갈수록 컨디션이 나아지고 있고, 올림픽에선 홈 이점도 있는 만큼 이상화는 평창 올림픽을 겨냥해 차근차근 고다이라와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솔트레이크에서 희망을 찾았다.

◇동메달 김보름, 부상 여파 딛고 평창 정조준

여자 매스스타트 김보름의 동메달도 반갑다. 김보름은 이날 9분00초72로 결승선을 통과, 프란체스카 롤로브리기다(이탈리아·8분53초49)와 궈단(중국·8분57초54)에 이어 3위로 들어왔다. 올시즌 월드컵 첫 메달을 따냈다. 김보름은 지난 2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평창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렸던 2017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종목 정상에 오른 ‘월드 챔피언’이다. 그러나 지난 달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매스스타트 예선에서 넘어져 허리에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중도 귀국했다. 지난 5일 월드컵 3차 대회에선 11위에 그쳐 우려를 자아냈으나 일주일도 되지 않아 다시 열린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입상권에 진입, 부상 여파에서 서서히 벗어나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돌입했음을 알렸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김보름을 의식해 레이스 중반부터 스퍼트하는 작전을 곧잘 펼치는데 이를 잘 견제하면 평창에서 금메달 다툼도 충분히 가능하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