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함께 넘어지는 최민정과 심석희
최민정(왼쪽)과 심석희가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함께 넘어지고 있다. 심석희의 페널티 판정. 2018. 2. 22.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검은 목요일’이 됐다.

금메달 8개를 따내면서 사상 첫 동계올림픽 종합 4위에 오르겠다는 한국 선수단의 야심찬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골든데이’로 여겨졌던 2018년 2월22일은 한국 쇼트트랙 최악의 날이 됐다. 불운에 악재가 겹치고 겹치면서 은1 동1에 그치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 최민정-심석희 충돌에, 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였다. 한국은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와 여자 1000m, 남자 5000m 계주 등 3종목 결승을 치렀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최소 두 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나섰고 결승에 오르는 과정까지는 성공적이었으나 결과는 빈 손이었다. 1994 릴레함메르 올림픽 채지훈 이후 24년간 금메달이 없었던 남자 500m는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다. 중국 우다징이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고 황대헌과 임효준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없진 않았으나 그래도 받아들일만 했다. 이후부터 꼬였다. 여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 1~2순위로 꼽혔던 최민정과 심석희가 고전을 거듭하다가 결승선 4분의3 바퀴를 앞두고 한꺼번에 넘어져 최민정은 4위, 심석희는 실격 판정을 받았다.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 바깥쪽을 치고 나가는 환상적인 스트로크로 압도적 기량을 과시하고 있어 더욱 충격적이었다. 네덜란드의 수잔 슐팅, 캐나다의 킴 부탱,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 등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에 밀렸던 이들이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나눠 가졌다.

[포토]포옹으로 임효준 위로하는 김도겸
임효준(가운데)이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넘어져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자 김도겸이 위로를 하고 있다. 2018. 2. 22.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남자 5000m 계주까지…그야말로 검은 목요일

마지막으로 열린 남자 5000m 계주 결승은 ‘악몽의 완결판’이었다. 코칭스태프는 500m 은메달리스트 황대헌을 제외하고 김도겸→곽윤기→임효준→서이라 순으로 순번을 짜서 헝가리, 중국, 캐나다 선수들과 레이스를 벌였다. 111.11m 트랙을 45바퀴 뛰어야 하는 가운데 한국은 다른 3개국 선수들과 선두를 주고 받으며 잘 달렸으나 반환점인 23바퀴를 남겨 놓고 임효준이 갑자기 넘어지면서 계획했던 모든 것을 망쳤다. 남자 5000m 계주는 지난 10일 한국이 초반에 넘어지고도 따라잡아 1위를 했던 여자 3000m 계주 예선이 아니었다. 1~3위권과 한 번 멀어진 간격은 좀처럼 회복되질 않았다. 결국 한국 훈련을 면밀히 관찰하며 자신들은 비공개 연습까지 감행했던 헝가리가 우승했다. 지난 2006 토리노 올림픽 이후 12년 만의 계주 정상 탈환을 노렸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결과적으로 이날 500m 은메달로 컨디션이 좋았던 황대헌을 빼고 예상 외 선수들과 순번을 꺼내든 작전이 실패한 셈이 됐다. 임효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하나씩 땄음에도 고개를 숙였다. 펑펑 울면서 링크를 빠져 나갔다.

◇ 8-4-8-4 프로젝트 물거품…현실적 목표 아니었다

한국은 2~3년 전부터 평창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자존심을 세울 목표를 마련했다. 그게 바로 2006년과 2010년 금메달 6개를 뛰어넘는 8-4-8-4 프로젝트였다. 금8 은4 동8을 따내 2010 밴쿠버 올림픽 5위를 넘어서는 4위까지 가보겠다는 생각이었다. 21일까진 나쁘지 않았다. 쇼트트랙에서 3개의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남자 스켈레톤의 윤성빈이 사상 첫 썰매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어 순항하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8-4-8-4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면 22일 열린 쇼트트랙 3개 종목 결승 중 2개 이상의 금메달이 필요했다. 운명의 날, 한국 쇼트트랙은 참혹하게 패했다. 이제 한국에 남은 확실한 금메달 후보 종목은 24일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의 이승훈 정도 뿐이다. 여자 매스스타트, 여자 컬링, 남자 봅슬레이 4인승도 있지만 애초에 우승권으로 분류된 종목은 아니다. 한편으론 이 목표를 세울 때 심각한 토론과 다양한 고찰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금메달 수에 대한 목표도 그렇지만 총 메달 20개 자체가 터무니 없는 플랜이었다. 이젠 한 자리 수 순위 사수가 현실적 타깃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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