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양민희기자] 드라마 속 아름다운 인어로 변신한 전지현의 모습 뒤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습니다. 배우의 모습을 하고 물속을 지배하는 이는 따로 있다는데요. 바로 '수중 모델' 김희진(32)이 주인공입니다.


그는 어릴 적 우연히 시작하게 된 아티스틱 스위밍으로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를 거쳐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들의 섭외 1순위 '인어'가 됐습니다.


요즘은 톱스타들의 대역뿐만 아니라 한 편의 공연을 만드는 수중 기획자로도 활동하며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데요.


물속에 있을 때 가장 특별해지는 순간을 즐긴다는 김희진을 석촌호수의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반갑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김희진 : 10년 넘게 아티스틱 스위밍 코치 생활과 더불어 수중 모델과 공연 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불모지와 다름없는 종목이었지만, 국가대표 선수로도 꾸준한 활동을 했어요.


김희진 : 대표팀 소속일 땐 태릉에서 지내면서 훈련에만 몰입했어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해 11위를 기록했고, 같은 해 국내에선 '해군참모총장 대회'에서 솔로와 듀엣 부문에서 금메달을 받았네요.


Q) 어릴 적 수영에 소질이 있었는지.


김희진 :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들이 보내는 돌고래반부터 시작해 자연스럽게 물과 친해졌죠. 우연한 기회에 싱크로나이즈 선생님이 찾아와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을 모집했고, 당시 생소한 종목이기도 해서 고민도 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선생님이 너무 예뻐서 시작하게 됐어요(웃음). 실력이요? 신장이 171cm로 큰 편이어서 체력 조건이 좋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리했답니다.


Q)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김희진:중간에 공부해서 대학을 가려고 진로를 크게 바꾸려 했던 순간도 있었어요. 그때 그만두었더라면 굉장히 재미없고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Q) 아티스틱 스위밍과 일반 수영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김희진 : 경연은 누가 빨리 터치판을 찍느냐가 중요한 기록경기이고, 아티스틱 스위밍은 음악을 이용한 하나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종목이죠. 점수를 매기는 방법도 예술, 수행력, 난이도 점수가 세분화되어 있고요. 스피드 스케이팅과 피겨의 차이점이랑 비슷하다면 이해하기 빠를까요?


Q)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배우 전지현의 대역을 맡아 이름을 알렸습니다.


김희진 :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시기를 보내고 있던 당시 운명적으로 드라마를 만나게 됐어요. 전화위복이 된 셈이죠. 물속에 깊게 들어간다거나 조류가 센 곳 같은 소화하기 어려운 수중 장면이 있으면 대신 연기해요. 촬영 때 항상 따라가서 배우가 움직이는 동선이나 손 모양을 보고 따라해봐요. 워낙 전지현씨가 수중 촬영을 능숙하게 소화해서 놀랐어요. 사람들이 대배우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이후에 강소라, 설현, 이성경 등등 유명 스타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됐죠.


Q) 재미있는 에피소드 좀 알려주세요.


김희진 : 상대 배우를 앞에 둔 채 뒷모습을 찍는 신이었는데 대사가 있었어요. 전지현씨가 옆에서 목소리를 낼 테니 어깨를 흔들어 달라고 요청하더라고요(웃음). 처음으로 물 밖에서의 정극 연기였는데 결과는 한 번에 OK!


Q) 촬영 당시 힘든 부분도 있었을 텐데.


김희진 : 여배우는 몸매 관리가 필수잖아요. 캐스팅이 되면 프로필을 확인하고 최대한 키와 몸무게 수치를 맞춰 관리를 한답니다. 평소에도 꾸준히 클린 푸드를 먹으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거죠.


Q) 워너비 몸매를 유지하기 위한 꿀팁이 있다면.


김희진 : 탄수화물 양을 줄이고 단백질 위주의 하루 식단을 즐기는데요. 아침에는 샐러드 위주로 가볍게 먹는 편이에요. 수중 촬영을 통해 유산소 운동은 기본적으로 하고 선수들을 가르칠 때 근력을 강화하는 동작을 따라 하면서 체력을 단련해요.


Q) 그렇군요. 힘든 촬영인 만큼 출연료에 대한 불만은 없는지.


김희진 : 대역 같은 경우는 한 회당 100만원 미만으로 받아요. 보통 광고는 많이 받는 편인데 처음에 희소성이 있었을 때는 300만원부터 시작했거든요? 지금은 사실 150만원도 많다고 하는 추세죠. 수중 모델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단가가 내려간 현상인데요. 그게 불만이라고 할 수 없답니다.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생각하면 돈은 큰 부분이 아니니까요.


Q) 수중 모델과 기획자이기도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김희진 : 현재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어요. 가장 특별하게 꼽는 이유는 싱크로나이즈뿐만 아니라 스킨스쿠버, 큐레이터, 탈 인형까지 모두 한 가족처럼 무대를 꾸며요. 다양한 친구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죠.


Q) 물속에서 자유로운 포즈를 잡을 때 밖에선 어떤 연습을 하나요.


김희진 : 촬영 작가님이랑 합의를 해서 소품이 있는지, 어떤 분위기의 화보인지 먼저 콘셉트를 잡은 뒤 포즈 연습을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요. 평소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수중 모델들의 포즈를 많이 참고하는 편이죠. 물 안에서는 제약이 많기 때문에 처음엔 몸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곧 안정을 찾고 상상한 것과 비슷하게 느낌을 캐치할 수 있어요.


Q) 물에서 자주 생활하다 보면 직업병도 있겠어요.


김희진 : 보통 수압을 이기면서 하는 촬영이어서 거의 귓병은 달고 살아요. 6시간 정도 물속에 있기 때문에 눈을 뜨고 있어 무리도 많이 오고 체온 조절도 쉽지 않아 감기도 자주 걸려요.


Q) 위급한 상황도 겪은 적이 있는지.


김희진 : 겹수가 굉장히 많은 프릴 드레스를 입고 5m 풀장 안에 들어가서 광고를 촬영했을 때가 기억나요. 도중에 숨을 쉬러 올라가야 하는데 천이 몸을 휘감으니까 발을 차도 위로 올라가지 않더라고요.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냈는데 연기의 한 부분인 줄 알았다고 나중에야 들었어요. 숨이 넘어갈 때 겨우 나올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죠.


Q) 그럼에도 수중 모델이란 직업이 매력적인 이유는.


김희진 : 남들이 하지 못하는 중력을 거스르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 촬영 전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지만 물에 한번 들어갔다가 나오면 매력에 확 빠져들걸요?(웃음). 그 순간만큼은 제가 가장 특별해지니까요.


Q) 외로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김희진 : 적은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쌓았던 좋은 경험들을 토대로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어요. 힘든 일들은 겪지 않게 해주고 좋은 환경에서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


[헬스톡] 은 헬스 및 피트니스 분야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인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ymh1846@sportsseoul.com


사진│양민희 기자 ymh1846@sportsseoul.com, 김희진 인스타그램 캡처


영상│유튜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