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세이브 손승락, 마지막 타자 초이스 지켜보며
2점차 리드를 지켜낸 롯데 마무리 손승락이 27일 넥센히어로즈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 마지막 타자 초이스를 지켜보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수원=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3~4년 전이다. 2013년 46세이브를 따내며 오승환(토론토)이 가진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에 1개차로 2위에 머문 손승락(36)에게 당시 사령탑이던 염경엽 현 SK 단장이 “떨어지는 구종 하나만 추가하라”고 주문했다. 2014년부터 슬럼프 아닌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한 손승락은 지난해 37세이브를 따내며 잃어버린 구원왕 자리를 찾았다.

구위를 회복하나 싶었지만 올해 다시 한 번 부침을 겪었고 지난 19일 수원 KT전에서 3주 만에 세이브를 추가했다. 손승락은 “구속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데다 컷 패스트볼이 자꾸 커트를 당하면서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투구수가 늘어나니 연투에도 부담을 느끼는 등 총체적 난국을 겪었다. 그래서 포크볼을 급히 다듬어 실전에서 활용해봤는데, 타자들이 헛스윙을 하더라. 아직 완성 전이라 많이 쓸 수는 없겠지만 의미있는 투구였다”고 돌아봤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떨어지는 구종의 필요성을 체감한 셈이다.

롯데 김원형 수석코치는 “포크볼은 이용훈 코치와 불펜에서 만든 것 같다. 내가 따로 주문하지는 않았다. 업적을 이룬 베테랑들은 그 세월을 존중해주는 게 맞다. 코치가 이래라 저래라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 현역시절 손 꼽히는 포크볼러였던 이 코치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분석이다. 김 수석코치는 “나도 현역 때 계형철 코치가 포크볼 한 번 던져보라고 수 없이 강조하셨다. 당시에는 포심과 커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이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조계현, 정명원 선배를 찾아가 던지는 법을 배워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포토]손승락,Lock앤樂
2018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29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승리를 결정지은 후 팬들에게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손승락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는 “안되니까 방법을 찾게 되더라. 구종 하나를 추가한다고 성적이 확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타자들에게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만으로도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구속을 회복하더라도 십 수 년간 던져온 컷패스트볼을 대체할 수 있는 변화구 하나를 추가하면 훨씬 효율적인 투구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 표정이었다.

그는 “상동에 내려갔을 때 좌절감을 느꼈다. 팬 보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그런데 상동에 찾아오신 팬이 ‘왜 여기 있느냐. 빨리 회복해서 1군에서 던져야 하지 않겠느냐’ ‘힘내라’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고마웠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부진할 때 어김없이 따라 오는 비난과 악성 댓글에 상처만 받다가 정말 힘들 때 격려를 보내준 팬을 보고 힘을 냈다는 의미다. 손승락은 “9연속시즌 두 자리 세이브 기록을 세웠지만 여기 만족하거나 안주하지는 않겠다. 올해 실패원인을 잊지 않고 분석해 스프링캠프 때 더 좋은 모습을 찾기 위해 변화를 줄 계획이다. 우선은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뒷문을 든든히 지키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선배들이 조언한 의미를 체득한 손승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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