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디켐프_포스터
[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오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The Etudes From 3 Composers’ 란 부제로 프레디 켐프(Freddy Kempf)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린다. 전세계적으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프레디 켐프는 지난 2016년 내한에 이어 2년 만의 방한이다.

이전까지 그는 한국에서 베토벤 소나타와 피아노 협주곡, 차이콥스키 피아노를 위한 사계, 프로코 피예프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려줬다면 이번 내한을 통해서는 세 작곡가의 에튀드(연습곡)를 선보일 예정이다. 에튀드를 예술로 승화시킨 쇼팽, 화려한 기교와 서정적 분위기를 담은 라흐마니노프, 재즈적 요소를 클래식에 가미한 카푸스틴까지 세 분위기의 에튀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또한 이번 연주를 통해 보기 드물게 방대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프레디 켐프의 폭발하는 듯한 강렬한 연주와 동시에 진지하고 감성적이며 음악적 깊이가 뛰어난 연주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켐프의 예술적 감성과 고도의 테크닉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피아노를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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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켐프.

1977년 런던에서 독일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레디 켐프는 8세에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데뷔하였다. 1992년 BBC 영 뮤지션 콩쿠르 우승을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1998년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3위 입상과 만장일치로 청중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당시 그는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데니스 마추예프 (Denis Matsuev)에게 1위를 내어주며 실패했지만, 몇 명의 심사위원은 우승자와 켐프의 공동 1위를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켐프는 3위 입상에 그쳤고, 그로 인해 주최측은 관객과 언론으로부터 항의와 공격을 받았다. 또한 일부 언론은 편견을 가진 심사라고 주최측을 비난했다.

1999년 4월 켐프는 모스크바로 돌아와 방송에 출연하며 콘서트를 매진시켰고, 그의 인기는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의 인기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 후 그는 ‘젊은 호로비츠’, ‘콩쿠르의 영웅’, ‘모스크바를 정복한 젊은 피아니스트’ 수식어와 함께 베를린 필,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필, 샌프란시스코 교양악단, 로테르담 필하모닉, 벨기에 국립 교향악단, 빈 실내악단, 러시아 국립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필하모닉,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많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연주해 왔다.

또한 샤를 뒤투아, 바실리 페트렌코, 앤드루 데이비스, 바실리 시나이스키, 리카르도 샤이, 맥심 토르테리어, 볼프강 자발리쉬, 유리 시모노프, 알란 뷰리바에프, 루네 버그만 그리고 토머스 쇠너고르 같은 실력 있는 지휘자와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2001년 프레디 켐프는 영국 브릿어워드(Brit Awards)를 통해 영국 최고 신인 아티스트(Best Young British Classical Performer)가 되는 영예를 안기도 하였다. 또한 2002년 다니엘 가티의 지휘로 로열 필하모닉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프레디 켐프는 2011년 지휘자로서 데뷔를 하며 활동하며 폭을 넓혀왔다. 이는 그에게 피아니스트로서의 큰 도약과 함께 곡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영국, 러시아, 한국, 일본, 뉴질랜드 등 무대에서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 겸 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헨델의 건반악기를 위한 콘체르토 4번, 모차르트의 피아노 콘체르토 21번. 쇼팽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멘델스존의 피아노 콘체르토 1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2번,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 등의 프로그램을 지휘와 함께 연주하며 그의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뉴질랜드 연주 후 그는 뉴질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로부터 즉각적으로 재 초청을 받기도 했다.

‘연습곡(etude)’은 피아노가 귀족층을 넘어 부르주아 계층에까지 널리 보급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시기에 나타났다. 연주자들에게 있어 테크닉을 연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곡은 쇼팽에 이르면서 예술적인 면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라흐마니노프는 화려한 기교 발전의 연습과 동시에 독주를 위한 레퍼토리로서의 에튀드로 발전시켰다. 현존하는 작곡가 카푸스틴은 조금 더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곡에 재즈적 요소를 가미했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 나온 곡 중 유독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곡이 있다. 바로 쇼팽의 에튀드 Op.10 중 no.4이다. 빠른 템포와 몰아붙이는 듯한 리듬은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들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쇼팽은 기교와 정서 그 자체만은 의미가 없고, 이것이 하나로 조화를 이룰 때 완벽한 예술이 된다고 믿었다. 때문에 이 작품은 쇼팽의 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피아노를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모두 거쳐야 하는 관문인 쇼팽 에튀드를 통해 그 테크닉과 예술성을 엿볼 수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자신만의 음악양식을 고수한 러시아 작곡가이다. 그는 근대음악의 성향과는 대조적으로 낭만주의를 고수했던 작곡가이자 스스로 탁월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화려하면서도 서정적이고 풍부한 노트들을 이 곡에 담아냈다. 특히 이 곡은 그의 아버지와 친구 그리고 스승의 잇따른 죽음으로 불행한 시기를 겪던 중에 작곡되어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화려한 기교를 위한 연습과 동시에 독주를 위한 레퍼토리로서 많은 연주자들에게 매력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는 중요한 작품이다.

우크라이나 출생의 피아니스트이자 현존하는 작곡가 카푸스틴의 곡들은 전반적으로 재즈적 색채가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작곡가로서 카푸스틴은 긴 무명시절을 보냈으나 니콜라이 페트로프, 마르크-앙드레 아믈랭, 스티븐 오스본 등의 피아니스트들이 카푸스틴의 작품을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알려졌다. 그의 피아노 연주곡은 고도의 연주 기교를 요구하는데, 그 중 에튀드는 꽤 인기가 많아 국내에서도 종종 연주되곤 한다. 카푸스틴은 라벨과 스트라빈스키의 계보를 이어 클래식에 재즈적 요소를 가미했다. 특히 그의 곡은 재즈적인 리듬감을 유지하면서도 정통 클래식을 잃지 않은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레디 켐프는 7월 22일 일요일 예술의 전당에서 이 세 작곡가의 에튀드를 한 자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피아노를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 피아노를 좋아하는 클래식 애호가, 화려한 기교의 향연 에튀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눈 여겨볼만한 공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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