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 일본 극우세력이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에 의도적인 '흠집내기'로 제동을 걸었지만, 오히려 국제적 여론, 심지어 일본 내에서까지 방탄소년단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3일 '원자폭탄 이미지 티셔츠' '나치문양 모자' 등 잇단 논란에 대해 장문의 공식사과문을 내놓으며 정공법을 썼다. 이날은 방탄소년단이 '일본가수들의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도쿄돔에서 첫 공연을 한 날이었다. 5만석을 꽉 채운 팬들 앞에서 뜻깊은 무대를 펼친 방탄소년단은 "오늘도 우리와 함께 행복한 시간 보냈죠?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라는 벅찬 소감을 밝혔다.


논란을 슬기롭게 돌파하며 예정된 행보를 소화해낸 방탄소년단에 팬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도쿄돔 콘서트는 암표까지 성행하는 등 흥행했고, 오리콘 주간 차트 정상에 오르는 기록까지 세웠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방탄소년단 관련된 논란이 해외까지 알려지면서 전범국 일본의 '쪼잔한' 행태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앞서 8일 일본 아사히TV '뮤직스테이션' 측은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돌연 취소 통보해 논란을 일으켰다. 뮤직스테이션 측은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입은 티셔츠에 애국심, 우리 역사, 한국, 해방이라는 뜻의 영단어와 사진이 담겨있다고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일본의 과도한 트집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데다 방탄소년단의 빠른 대처와 사과로 옹호론까지 일자, 급기야 일부 일본 언론들은 자성의 목소리까지 내기 시작했다. 최근 해외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에 괜한 문제를 제기해 '역풍'을 맞은 것 아니냐는 것.


실제로 글로벌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일본 논란을 계기로 그동안 잘 몰랐던 한일 관계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됐고, 이러한 관심은 되려 일본을 궁지에 몰고 있다. 미국 유력 매체 빌보드는 일본의 방송 취소 논란 당시 지민의 티셔츠가 방송 취소의 유일한 이유가 아니라고 전하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 일본군 위안부 등 미해결된 전시 문제, 일본 제국을 상징한 전범기(욱일기) 문제 등을 집중조명 하기도 했다.


각국의 팬들 역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방탄소년단에 옹호적이다. 팬들은 "BTS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역사의식을 가진 BTS가 자랑스럽다" "일본의 아미들, BTS를 지켜달라" "그냥 일본으로 가지 말고 라틴으로 와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가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던 방탄소년단에게 돌발 변수가 되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국제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입지를 굳건하게 했단 점에서 '실'보단 '득'이 많았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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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배우근 기자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