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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하노이 시내에 박항서 감독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하노이 | 정다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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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 앞에서 몸에 박항서 감독 그림을 그림 팬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노이 | 정다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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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 앞에서 박항서 감독 얼굴을 뒤통수에 담은 팬의 모습이 보인다.하노이 | 정다워기자

[하노이=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박항서 신화’는 축구 이상의 의미가 있다.

베트남은 원래 한국에 우호적인 국가다. 2001년 쩐득 르엉 전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한국-베트남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 공동선언을 발표한 이후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이나 롯데 같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베트남에 대거 진출해 있다. 거리에선 현대, 기아 등 국내 브랜드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다. 10~20대는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 예능을 즐겨본다. 대학 입시에서 경쟁률이 가장 치열한 전공이 한국어라는 말까지 나온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친숙한 나라다.

그런 베트남이 한국과 더 가까워졌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덕분이다. 박 감독 부임 후 베트남은 역대 최고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하며 베트남은 타오르기 시작했다.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로 다시 한 번 끓어올랐다. 두 번 모두 역대 최고 성적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화룡점정,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다. 박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후 전에 없는 성과를 1년 내내 올렸다. 선수들의 기량도 좋지만 박 감독의 경험과 능력이 없었다면 절대 지금의 역사를 이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베트남은 박 감독에게 열광하고 있다. 경기가 열린 미딩 국립경기장과 경기장 앞 광장, 그리고 시내 곳곳에서 박 감독의 흔적을 쉽게 발견했다. 박 감독 얼굴이 담긴 티셔츠를 입고 깃발을 흔든다. 인형, 머리띠에도 박 감독이 들어 있다. 뒤통수에 박 감독 얼굴을 새긴 사람도 볼 수 있었다. 택시나 거리 입간판에도 박 감독이 있다. ‘신드롬’,‘전설’, ‘신화’ 등 어떠한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박 감독의 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베트남 민족운동 지도자로 구 베트남민주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호치민 다음으로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박 감독은 16일 응우옌 쑤언 푹 총리의 고향인 다낭을 방문했다. 푹 총리뿐 아니라 주요 정치인들이 박 감독을 보기 위해 함께했다. 베트남 내에서 그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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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 앞에서 태극기를 두른 팬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하노이 | 정다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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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 앞에서 노점상이 태극기를 판매하고 있다.하노이 | 정다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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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 앞에서 한 어린이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하노이 | 정다워기자

자연스럽게 한국 호감도도 올라가는 모습이다. 하노이 시내에서는 박 감독 얼굴뿐 아니라 태극기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교민 아닌 베트남 사람들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얼굴에 태극기 페인팅을 하는 그림이 꽤 자연스럽다. 식당이나 택시에선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박 감독 이름을 외치며 환영하는 일도 흔히 일어난다. 15일 경기가 열린 미딩 국립경기장에서도 많은 베트남 팬이 태극기를 걸어놓고 응원했다. 아예 몸에 두르고 다니는 팬도 있었다. 우승 후에는 베트남 선수까지 태극기를 등에 걸치고 다녔다.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 10대의 인식 속에 한국의 이미지가 호감을 얻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 감독이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현상이다. 하노이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교민은 “1년 만에 한국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인식이 훨씬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 교민들도 더 편하게 살 수 있게 됐다. 모르긴 몰라도 기업들도 적지 않은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제가 축구 지도자라는 작은 역할로 대한민국과 베트남 우호 증진에 이바지 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 사람들을 향해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제 조국 한국도 사랑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 감독은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고, 일종의 ‘외교관’ 역할까지 하게 됐다. 국위선양이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