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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도전 한 번 해보겠다!”
‘박항서 매직’이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까지 집어삼킨 가운데 베트남이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4강행을 놓고 다툴 팀은 지난 해 러시아 월드컵 16강 진출로 아시아 최고 성적을 올린 강호 일본으로 결정됐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연전연승을 거두며 신화와 기적을 써내려가는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이지만 일본 만큼은 쉽지 않은 상대다. 박 감독이 지난 2017년 11월 베트남 대표팀에 부임한 뒤 가장 센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항서 감독 앞에 불가능은 없다. 8강행으로 이번 대회 목표를 초과달성한 가운데, 박 감독은 도전을 외쳤다. 양팀의 8강전은 25일 오전 1시(한국시간)에 열린다.
◇필드플레이어 선발 전원이 유럽파…박항서호, 역대 최강 만났다일본은 지난 21일 열린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서 1-0으로 이겼다. 두 팀 모두 지난 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아시아 대표로 출전한 팀으로 토너먼트에서 너무 일찍 붙은 셈이었다. 일본은 전반 20분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넣은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의 선제골을 잘 지켜 이겼다. 볼점유율이 23.7%에 불과하는 등 일본과 어울리지 않는 수비적인 전술을 펼쳤으나 물샐 틈 없는 방어선을 구축한 것 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우샘프턴에서 7시즌 째 뛰고 있는 센터백 요시다 마야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사우디아라비아 슛 15개 중 유효슛을 하나만 허용했다.
일본을 다소 저평가할 수도 있는 경기였지만 박 감독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이영진 수석코치와 직접 관전한 박 감독은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일본은 거의 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쉽지 않은 상대”라고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봤다. 박 감독 설명처럼 일본은 이날 골키퍼 곤다 유이치를 뺀 필드플레이어 10명이 전원 유럽 1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채워졌다. 23인 엔트리 전원이 동남아시아 클럽 소속인 베트남 입장에선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다. 베트남은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1-0으로 이긴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베트남은 U-23 대표팀에 24세 이상 와일드카드 3명을 국가대표 주전급으로 채워서 출전한 상태였고, 일본은 대학생까지 포함된 순수 U-21 대표팀으로 구성했다. 지금처럼 국가대표팀이 단판 승부를 하는 상황에서 베트남의 승리에 베팅을 하려는 이는 거의 없다.
◇동남아의 자존심, 한국 지도자의 명예를 걸고…“도전이다”그러나 도전이다. 베트남은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비과정부터 4개월간 강행군을 소화해 선수들이 지칠 대로 지쳐있지만 박 감독의 용병술과 ‘베트남 정신’으로 무장, 지난 20일 요르단을 승부차기 끝에 이기는 기적을 만들었다. 심리적 부담을 털고 홀가분하게 싸우는 만큼 스즈키컵과 이번 대회를 통해 다져진 조직력을 90분간 구현하면 일본을 못 이길 것도 없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총 5골을 뽑아내는 등 약체란 평가를 무색하게 만드는 역습이 탁월하다. 조별리그 2차전 우승후보 이란과 경기에서도 비록 골결정력 부족으로 땅을 쳤으나 두 차례 좋은 찬스를 만든 만큼 일본의 골문도 얼마든지 흔들 수 있다. 박 감독은 일본전 앞두고 “도전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7억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자존심을 걸고 뛴다는 점도 베트남 선수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이번 대회에서 베트남과 태국이 16강에 진출했는데 태국은 20일 중국과 16강전에서 1-2로 역전패하며 탈락했다. 이제 베트남만 남았다. AFC는 이번 대회부터 출전국을 종전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려 동남아 국가들에게 문호를 넓혔다. 베트남이 8강에 올라 참가국 확대를 ‘동남아 들러리’로 연결하는 고정 관념을 깨트렸다. 이번 대회 참가 사령탑 중 박 감독이 유일한 한국인 지도자란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팀이 일본을 상대하는 것은 맞대결을 펼치는 두 국가를 넘어 한국에게도 관심이 쏠리게 하는 대진이다. 승패를 떠나 1억 베트남인과 5000만 한국인 응원을 동시에 받게 됐다. 박 감독은 “한국 언론이 관심 가지고 있어 감사하지만 너무 조명 받으니까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며 “언제든 누구와 경기하든, 국적 떠나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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