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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논평위원]축구가 이렇게 어렵다. 아시안컵이라는 대회도 늘 쉽지 않았다. 8강에서 떨어진 게 큰 이변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미 아시아는 평준화가 이뤄졌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럽파가 많다 해서, 국내리그의 경쟁력이 있다 해서 무조건 토너먼트 상위 무대로 가는 게 쉽지 않은 시대다.
개인적으로 벤투 감독의 축구는 좋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의도, 전략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나만의 축구를 하겠다는 철학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 방식에 공감하고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아직 아시아 축구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인상을 받았다. 빌드업 축구는 상대가 오히려 압박을 해줘야 풀어가기 쉽다. 상대가 올라와야 공간이 생겨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팀들 대부분이 내려서서 수비만 하다 보니 빌드업 축구의 장점이 나오기 힘들었다. 상대가 압박을 안해주면 고립된다. 잘리면 역습 당한다. 약팀이 보편적으로 쓰는 전술인데 대응하지 못했디. 벤투 감독은 상대 전술과 상관없이 일관적인 전술로 나왔다. 상대가 대응하기 오히려 수월한 부분이다. 플랜 하나로는 어렵다.
다른 옵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여러 전술을 소화하기 힘든 것은 맞다. 선수들이 지금 쓰는 전술도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도 다른 옵션이 있었다면 상대가 어려웠을 것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장신 공격수를 쓰는 게 그래도 좋은 옵션이다. 일단 때려놓고 가는 것도 급할 땐 좋은 방법이다. 사실 이런 것도 졌으니 하는 말이다.
전체적으로 어설펐다. 전술은 물론이고 세트피스도 예리하지 못했다. 이것 또한 옵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빌드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세트피스 쪽 준비가 소홀해 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관리도 아쉽다. 선수들이 대회 내내 지쳐 보였다. 이럴 땐 로테이션이 필요한데 교체 없이 가다 보니 전체적인 팀 컨디션이 떨어진 것 같다. 어쩌면 선수에 대한 파악이 아직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기존 선수를 쓰는 이유도 다른 선수들이 파악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벤투 감독에게 이번 대회는 파악하는 무대가 됐을 것이다. 우리 대표팀 수준, 다른 나라 수준을 파악했을 테니까.
모든 것을 전술로만 풀 수는 없다. 어느 순간에 가면 선수들의 능력으로 해줘야 한다. 돌파, 질 좋은 크로스, 쇄도하는 선수의 마무리. 세컨드볼 처리 등은 선수의 능력과 컨디션에 달려 있다. 전술로 상대에게 어려움을 주더라도 결국 선수의 기량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중국전에 손흥민이 그렇게 뛰었어야 했나 싶다. 기량이 거의 안 나왔다. 체력 저하가 큰 영향일 것이다.
아시안컵 우승은 늘 어렵다. 끝난 것은 끝난 것이다. 벤투 감독에게 굉장히 큰 공부가 됐을 것이다. 매 경기 쉽지 않은 경기를 했다. 이렇게 하면 월드컵 예선에서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상대는 분명 수비적인 전략으로 나올 것이다. 벤투 감독도 다른 전략이 필요하겠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전 국가대표팀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