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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변화를 앞둔 베트남 축구계에 한국인 지도자 투톱 시대가 열릴 것인가.
박항서 감독은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출국 인터뷰를 통해 현재 겸직하고 있는 U-23대표팀과 A대표팀 중 한 팀의 지휘봉만 잡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르면 다음달 베트남에서 열리는 2020도쿄올림픽 1차예선 겸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 이후에는 베트남 축구협회에서 두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교통정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은 A대표팀과 U-23대표팀 중 어떤 팀을 맡아도 좋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베트남 축구협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박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겸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베트남 축구협회에 전달한 상황이다. 베트남 축구협회는 두 대표팀의 운영과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감독은 “이영진 코치가 한 팀을 맡는 것도 방안 중에 하나다. 이 코치가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베트남 축구협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기다려봐야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과 이 코치는 현역시절 럭키금성에서 함께 몸담았고 1994미국월드컵에서는 박 감독이 대표팀 코치, 이 코치는 선수로 사제의 인연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호흡을 맞춘 것은 베트남 대표팀이 처음이었다. 두 지도자는 지난 2017년 10월부터 한솥밥을 먹고 있다. 박 감독은 평소 “이렇게 좋은 지도자를 왜 K리그에서 안쓰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이 코치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베트남 대표팀을 이끄는 두 지도자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굵직한 성과를 내면서 이미 지도력의 검증을 마쳤다. 베트남 축구협회의 입장에서도 박 감독과 이 코치를 베트남 축구의 투톱으로 내세우는 방안에 관심이 갈 만하다. 무엇보다 두 지도자가 U-23대표팀과 A대표팀을 1년 이상 이끌어 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지도자를 영입할 때 생기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그동안 박 감독과 이 코치는 폭넓게 베트남 선수들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향후 대표팀 운영에도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
최근 막을 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은 24개 본선 진출국 가운데 선수단의 평균 연령(23.13세)이 가장 낮았다. 베트남은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대거 A대표팀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트남 축구가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U-23대표팀과 A대표팀간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돼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대표팀 사령탑간의 긴밀한 협의와 소통이 필요하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 축구협회가 박 감독과 이 코치에게 두 대표팀의 지휘봉을 맡기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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