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03 미세먼지에 갇힌 서울 도심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을 가록한 지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스포츠서울 유인근·김자영·김민규 기자] 말 그대로 ‘미세먼지 대란’이다. 미세먼지의 공습이 연일 이어지면서 이제 불편함을 뛰어넘어 공포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한사미’(3일 춥고, 4일은 미세먼지)는 옛말이고 이제는 ‘일한오미’(하루 춥고 5일 미세먼지)란 말까지 나왔다.

이처럼 일상이 되어버린 미세먼지가 주는 공포는 보통 사람들의 경제 활동에도 만만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반면 백화점이나 가전업계 등은 때아닌 특수를 맞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통시장과 자영업자 울상, 복합쇼핑몰 배달앱은 활짝

미세먼지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유통업체와 자영업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미세먼지를 피해 외출을 최대한 삼가면서 ‘길거리 소비’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한 6일, 평소 같았으면 적지 않은 사람들로 붐볐을 종로구 통인시장 골목은 지나다니는 사람보다 상인이 더 많을 정도로 한산했다.

통인시장에서 떡볶이를 파는 한 상인은 “시장 골목 양쪽 출구만 열려있는데도 미세먼지가 들어오는지 목이 컬컬하다”면서 “미세먼지로 통 사람이 없다. 장사도 안되니 빨리 접고 들어가야 하나 보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근처 국수가게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아예 밖으로 나오질 않는 것 같다. 점심시간에도 사람이 없어 남은 재료를 다 가져다 버릴 판”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반면 실내공간이 쾌적한 대형매장, 특히 백화점은 불황속에서도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극심해진 미세먼지로 야외활동 대신 백화점을 찾은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테마파크, 복합쇼핑몰, 극장 등 실내에서 놀이가 가능한 시설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신세계 스타필드는 지난 주말 고객수가 평소보다 10% 이상 늘었다. 실내시설이 있는 놀이공원에도 고객들이 몰렸다. 지난 1일~4일 롯데월드 어드벤처 입장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극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2월 25일부터 3월 3일까지 극장 관객수는 379만600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미세먼지를 피해 집에만 머무는 사람들이 늘면서 음식배달 주문도 늘고 있다. 6일 배달앱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유난히 심했던 지난 주말(3월 1~3일) 주문 수는 334만 건으로 전주보다 7.5%나 증가했다. 또 다른 배달 앱인 ‘요기오’도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이었던 지난 2월 8~10일과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이었던 지난 주말을 비교했을 때 주문량이 25.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요기오 관계자는 “배달음식 같은 경우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배달음식을 찾는 소비자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전제품 지형도에도 영향

미세먼지는 가전제품 시장의 지형도 바꿔놓고 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선택적으로 구매하는 보조 가전제품 정도로 여겨졌던 공기청정기와 빨래건조기 등이 이제는 TV,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필수 가전의 반열에 올랐다.

이마트는 2017∼2019년(1월 1일∼3월 4일 기준) 3년간 가전제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 관련 가전 품목이 3개나 10위권에 진입했다고 6일 밝혔다. 특히 2017년 매출 순위 31위이던 공기청정기는 지난해 14위로 껑충 뛴 데 이어 올해는 8위로 상승하며 10위권에 진입했다. 실제 공기청정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17.4% 증가했고, 구매 고객 수 또한 2배 이상으로 뛰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지난 1∼2월 공기청정기 매출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세먼지 오염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판단에 미세먼지 가전제품 구매를 주저하던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사고 있으며 이미 공기청정기 등을 산 고객도 추가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는 불티

외출시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마스크는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인 G마켓과 옥션, G9에서도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미세먼지 관련 용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주 동기보다 최대 7배까지 판매가 늘었다. 다이소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미세먼지 대비 용품 판매를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간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있는 KF80·KF94 식약처 인증 마스크를 포함한 마스크류의 경우 판매량이 전년 동기간 대비 460% 증가해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잠깐의 외출이라면 마스크가 필요 없을 수 있지만 1시간 이상의 장시간이면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이라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하고 있다.

이승현 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호흡기·심장질환·노인·임산부 등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장시간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외출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 코와 손의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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