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한 발 뒤로 물러나 인내심을 갖고 관망해야 할 때입니다.”
5일 또 다시 찾아온 ‘검은 금요일’ 충격에 빠진 투자자들에게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이렇게 조언했다. 이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미중 무역분쟁 확대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주가가 크게 후퇴했고, 원·달러, 원·엔 등 환율 약세, 국제유가 상승 등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과연 투자자들은 손절매, 투자처 변경 등 투자 포지션을 어떨게 유지해야 할지 조급해 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손실을 만회하겠다고 서두르기 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두고 기다리며 반등 시점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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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악재가 경기와는 무관하게 외교와 정치 등의 문제가 얽혀있어 향후 수익에 대해 목표를 두는 것 보다는 투자자산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에 더 집중해야 한다”면서 “환율과 주가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이제는 외환당국이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영업본부장도 “불확실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으므로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현금성자산 같이 유동성과 환금성이 높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적극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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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의 반등을 기대하며 저가 매수 시점을 투자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주가에서 추격 매도는 득보다 실이 많다”면서 “반도체 업황의 바닥 통과 가능성, 배당성장주에 대한 투자매력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은 매도보다 관망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가의 바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박정은 신한 PWM 압구정중앙센터 팀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고객에게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말라’고 말했다. 바닥을 보고 올라갈 때 현금 투자해서 수익 쌓아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위기상황에서는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하는 시기에, 정부정책 등을 확인하고 사도 전혀 늦지가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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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안 좋을수록 보는 눈을 키울 필요도 제기된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은 밴드 지수보다는 바텀업 방식으로 실적 개선된 종목을 세밀하게 찾아 볼 필요가 있다”면서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국내주식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관점에서 다양한 해외주식 투자 수단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동반 급락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1.15포인트(2.56%) 하락한 1946.98로 장을 마쳤다. 이날 종가는 2016년 6월 28일(1936.22) 이후 3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3142억원, 4404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7332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도 전장보다 45.91포인트(7.46%) 급락한 569.79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가 6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3월 10일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에 진입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5.6원 오른 달러당 1203.6원에 거래를 시작해 결국 17.3원 오른 1215.3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의 1g당 금 가격은 5만7210원(1돈 21만4538원)으로 전날보다 1800원(3.25%)올라, 이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임홍규·유승희·이주희기자 hong7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