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유경아 기자] 정부가 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 계층에 대한 ‘포용적 금융’을 내세우며 은행권에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자만 1금융권 중 주요 6대 시중은행이 3분기 공급키로 한 중금리대출 규모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담보대출 위주의 막대한 이자 이익을 얻은 은행권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상품인 중금리대출은 담보대출보다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공급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은행연합회 은행 상품 통합 비교 공시에 따르면 6월말 사전공시 기준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 등 주요 시중 6대은행 중 저신용자 전용인 사잇돌대출을 제외하고 모든 등급이 받을 수 있는 중금리대출 상품은 총 7개에 불과하다. KEB하나은행(3건), 기업은행(3건), NH농협은행(1건)을 제외하고 신한과 KB, 우리은행 등은 전무하다.

지난해 금융권 중금리대출 총 공급액은 5조9935억원으로 전년(3조7378억원) 대비 1.6배에 달했다. 가중평균 금리 16.5% 이하,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차주에게 70% 이상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권별로 보면 여전사가 1조9109억원으로 전체의 45.9%를 차지했고 시중은행은 3190억원으로 7.7%에 불과했다.

금리요건 정비 등 정책적 노력에 힘입어 민간 중금리대출의 가중평균금리가 2017년(18%)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일각에서는 1금융권의 공급 확대 움직임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신용자를 주 고객으로 하는 1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이나 여전사보다 중금리대출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6월말 기준으로 신용등급 8~10등급인 저신용자가 받을 수 있는 시중은행 중금리대출은 사잇돌대출을 포함해 전체 24건 중 7건에 불과하다.

은행권의 6월 중 취급된 중금리대출 평균 금리 구간인 6~10% 사이 일반신용대출 비중은 ▲신한 11.6% ▲KB국민 8.6% ▲KEB하나 19.5% ▲우리 10.1% ▲NH농협 1.3% ▲IBK기업 2.3%로 집계됐다. 1월 대비 각각 신한은행은 변동이 없었으며, 각각 1~6%포인트 가량 축소됐다.

이처럼 은행권이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건전성 악화라는 부담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하는 대출 상품인만큼 보수적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던 1금융권의 경우 담보대출에 집중하는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은행권은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등 막대한 이자 이익을 벌어들였다, 주로 담보대출 위주의 이자 수익이었으며, 주요 4대금융지주 계열 은행의 총 이자이익은 14조원에 달한다. 전체 영업이익 중 70~80% 수준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규모를 지난 2016년부터 매년 늘려가고는 있지만 주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담보대출이나 기업대출 대비 연체율 관리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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