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항암제 ‘오락솔’ 美 임상 3상 마쳐치료효과 개선 확인…FDA 허가신청 예정8년간 기술수출 10조 독보적 성과에도반환 4조 달해…혁신 신약 해외 출시 절실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본사 전경. 제공|한미약품

[스포츠서울 이정수 기자] 한미약품이 ‘글로벌 혁신 신약’ 출시로 계속된 기술수출 반환 흑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 성과로는 혁신 신약 릴레이 출시까지도 점쳐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자체 발굴해 기술수출(판권이전)한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신청이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오락솔은 정맥주사용 항암제 ‘파클리탁셀’을 경구용으로 전환한 혁신 항암신약으로,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 ‘오라스커버리(ORASCOVERY)’가 적용됐다.

오락솔 판권을 사들인 미 제약사 아테넥스는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오락솔의 객관적 반응률 등 치료효과가 정맥주사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 FDA에 신약허가 사전미팅(Pre-NDA Meeting)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번 오락솔 3상 임상시험 성과는 2015년 수조원대 기술수출 계약 체결과 함께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한미약품에게 처음으로 글로벌 신약 출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미약품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10여건에 이르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왔으며, 그 규모는 총 10조원 수준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독보적인 성과로, 한미약품이 국내 신약개발 트렌드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성공률이 극히 낮은 신약개발 특성을 감안하듯, 기술수출 계약이 수정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첫 기술수출 계약 이후 현재까지 반환된 계약 규모는 총 4조원 수준에 이른다.

계약 체결과 반환만 반복된다면, 수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이더라도 언제든 취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 커진다. 이는 한미약품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때문에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계약 정점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혁신 신약 해외 시장 출시’가 절실히 요구됐다.

오락솔은 그 출구다. 이번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면서 상용화까지 가장 근접한 한미약품 신약후보물질이 됐다. 향후 아테넥스를 통해 미 FDA에서 허가될 경우, 한미약품이 자체 발굴한 혁신신약 후보물질 중 상용화가 이뤄진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오락솔에 대한 기대는 크다. 아테넥스 관계자는 “오라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경구용 항암제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오락솔은 바이오의약품, 면역항암제 등과의 병용요법에서 주춧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오락솔은 2017년 12월 영국 보건당국(MHRA)으로부터 ‘유망 혁신 치료제(Promising Innovative Medicine)’로, 2018년 4월 미 FDA로부터 혈관육종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된 바 있다.

한미약품 혁신 신약 상용화 가능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외 제약사인 사노피와 스펙트럼에 각각 기술수출된 신약후보물질 2종(당뇨병, 호중구감소증)도 현재 글로벌 3상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3상 임상시험은 상용화와 직결되는 단계다.

현 상황에서 큰 변수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오락솔에 이어 당뇨병 신약(에페글레나타이드)과 호중구감소증 신약(에플라페그라스팀) 허가·출시도 가능하다.

오락솔과 같은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오라테칸’과 ‘오라독셀’도 현재 2상 임상시험 단계에 있지만, 이번 오락솔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비춰 출시 기대감을 높일 수 있게 됐다.

leejs@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