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최정, 스트라이크네!
SK 최정이 잠실 두산전 2회 타석에서 유희관의 공을 지켜보고 있다. 2018. 5. 31 잠실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경기시간 축소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독립리그인 애틀랜틱 리그와 여러가지 실험을 하기로 3년간 협약을 맺었다. 그래서 로봇심판, 1루 도루, 수비 시프트 금지(2루 좌우에 수비수 2명 배치), 공수교대 및 투수교체 시간축소(2분5초→1분45초),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까지 거리 확대(18.44m→19.05m), 베이스 크기 확대(38.1㎠→45.72㎟) 등을 적용해 실험중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스피드업을 위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일명 ‘삼삼룰(33 Rule)’이다. 쉽진 않겠지만, 먼 훗날에라도 만약 실현된다면 플레이 시간이 상당히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구상한 이 규칙은 ‘삼삼한 야구’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다. 아버지 황인상은 환갑의 변호사고 아들 황준하는 수학을 전공한 20대 중반 청춘이다.

‘삼삼룰’의 핵심은 볼, 스트라이크에 상관없이 3번으로 공격이 끝나는데 있다. 현행 삼진룰과 쓰리번트 아웃의 확대 적용이다. 볼넷이 아닌 볼셋이면 타자주자는 출루한다. 2스트라이크 이후 파울도 삼진아웃이다. 투수와 타자 모두 추가 기회 없이 공평하게 3번의 기회만 있다. 그렇게 된다면 안타깝게도 ‘용규놀이’는 볼 수 없게 된다. 흔히 야구를 인생에 비유한다. 그래서일까 황 변호사는 ‘인생은 삼세번’이라며 야구삼삼룰과 삶을 접목시킨다.

삼삼룰이 적용되면 투타 모두 볼카운트에 여유가 없다. 투수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확 올라갈 수밖에 없다. 타자도 초반 승부에 나서야 한다. 또한 투수는 2볼 이후 도망가지 못한다. 타자 역시 2스트라이크 이후엔 유효타를 날려야 한다. 투타 승부는 가급적 3구 이내가 되고 경기는 박진감 넘치게 된다. 투자가 최대 5구에는 승부하고 다음 대결로 넘어가는게 삼살룰의 구조다.

그러나 과연 기존 야구의 틀을 뒤흔드는 이런 형태의 규칙이 시험대에 라도 오를 수 있을까. 황 부자는 현행 볼넷과 삼진룰이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건 그렇다. 야구 규칙은 꾸준히 변해왔다. 현대 야구에선 투수가 진정한 공격자이고 타자는 그에 반응하는 존재에 가깝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니커보커 규칙이 현대 야구롤의 기초를 닦기 전까지만 해도, 투수는 그저 타자가 칠 수 있게 던지는 역할에 한정됐다. 그땐 볼 갯수에 상관없이 투수는 타자가 칠 때까지 던져야 했다.

황 부자는 현행 볼넷/삼진룰이 5G가 상용화 된 초스피드 시대에 적당치 않다고 단언한다. 유인구를 몇 개씩 던지고 파울볼도 몇 개씩 쳐도 괜찮은 정도로 여유있는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 모든 프로스포츠가 그렇듯 야구 또한 관중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초스피드의 리듬에 맞춰 진화한 관중에게 3시간 이상 진행되는 야구는 지루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더이상 제구력 없는 투수, 인플레이 타구를 날리지 못하는 타자에게 아량 베풀 생각이 없다. 삼삼룰이 적용되는 야구에선 그런 선수들이 생존하지 못한다.

변호사 아버지와 수학도 아들의 기발한 삼살룰 규칙은 한국 프로야구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야구 마니아의 엉뚱하고 도발적인 제안이다. 과연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사회와 더불어 야구도 그에 발맞춰 속도를 낼 수 있을까.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삼삼룰은 허황된 상상일 수 있다. 그러나 만고불변의 법칙은 없다. 세상에 던져놓은 삼삼룰이 스피드업의 흐름에 어떻게 작용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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