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오승환. 2016.02.11 인천공항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끝판대장’이 복귀한다. 크게 환영할 소식이다. 원조 ‘돌직구’의 귀환은 KBO리그를 흥분하게 한다. 그의 등장곡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가 라이온즈 파크에 벌써부터 울려 퍼지는 듯하다.

오승환은 묵직한 ‘돌직구’를 앞세워 KBO리그에서 단일시즌 세이브 신기록, 3년 연속 구원왕을 차지하는 등 클로저의 영광을 독식했다. 삼성은 통산 8차례 우승했는데, 오승환이 그 중 5차례나 마무리를 장식했다. 우승 직후, 그가 배터리를 이룬 포수 진갑용과 포옹하는 장면들은 KBO리그 역사의 화려한 페이지로 남아있다.

한국 무대를 평정한 그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신 타이거스 소속으로 진출 첫 해부터 믿음직한 수호신의 면모를 뽐냈다. 외인투수 데뷔 최다세이브 기록을 세웠고 한국인 첫 구원왕도 차지했다. 이듬해에도 활약을 이어가며 2년 연속 구원왕에 올랐다.

일본무대를 점령한 오승환은 이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 세인트루이스, 토론토, 콜로라도에서 마무리와 불펜투수로 활약하며 16승13패 45홀드 42세이브에 방어율 3.31을 기록했다.

오승환은 올시즌까지 콜로라도와 계약했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되며 KBO리그에 전격 복귀하게 됐다. 오승환은 한·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하며 어느새 30대 후반이 됐다. 그러나 재활을 마치면 여전히 위력적인 공을 던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복귀하는 그를 향한 곱지않은 시선도 있다. 오승환은 지난 2016년 해외원정 도박혐의로 인해 한국야구위원회(KBO)로 부터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오승환이 지난 6일 친정팀 삼성과 6억원에 올시즌 계약하며 이 징계는 즉시 발효됐다. 그 결과 그는 내년 4월 이후에나 출전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징계가 실효가 없다는데 있다. 오승환이 곧 팔꿈치 수술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재활과 징계가 서로 겹친다. 의미가 퇴색된 징계는 무용지물이 될 예정이다.

삼성과 오승환의 속전속결 계약이 규정상 문제가 되는 건 없다. 양 측은 서로에게 최선의 길을 찾아 선택한 것 뿐이다. 그러나 제도적 맹점을 파고들며, 반성의 시간을 재활의 시간으로 둔갑시킨 것도 사실이다. 징계를 내린 KBO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두 가지 사례가 연관되어 떠오른다. 우선 그동안의 삼성은 구단 이미지를 실추시킨 선수에게 엄격했다. 임창용, 안지만, 정형식이 방출됐다. 최근엔 박한이가 숙취운전으로 은퇴했다. 그러나 삼성은 올해 단 한경기도 뛰지 못하는 오승환에겐 연봉 6억원을 안겨주었다.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다음 기억은 지난 2015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법도박을 조사하던 검찰의 칼끝이 임창용에 이어 오승환을 겨눴다. 그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빨리 의혹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며칠 후, 오승환은 검찰에 소환되자마자 불법도박혐의를 시인했다. 뻔히 들통나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 해가 바뀐 2016년 1월 세이트루이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오승환은 다시 한번 거짓말을 한다. 마카오 정킷방에서 거액의 돈을 걸고 도박하는 게 불법인지 몰랐다고 항변했다.

마운드 위의 오승환은 정면돌파를 선택하며 당당하게 돌직구를 꽂았다. 그러나 마운드가 아닌 곳에선 위선을 선택하곤 했다. 이번 삼성행은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와 꼼수를 선택하며 징계기간은 재활기간으로 둔갑했다. 철퇴는 솜방망이가 됐다.

‘파이널 보스’의 귀환은 진심으로 반기지만, 그를 향한 불편한 구석이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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