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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반전과 감동을 담은 착한 영화가 올 추석 찾아온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이계벽 감독)는 ‘원조 코미디 장인’ 차승원의 12년 만 코미디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여기에 지난 2016년 ‘럭키’를 통해 반전 흥행에 성공한 이계벽 감독이 만난 코미디 영화기에 기대가 배가 됐다.
베일이 벗겨진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감동을 가득 채운 착한 영화였다. 철수(차승원 분)는 칼국수 맛집의 수타 달인으로 근육질 몸매에 강렬한 눈빛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모습을 가진 이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밀가루 음식을 지양하며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는 철수 앞에 희자(김혜옥 분)가 나타난다. 희자는 철수에게 딸인 샛별(엄채영 분)의 존재를 알려주고, 마주하게 된 부녀는 갑작스러운 관계의 형성에 당황스러워 한다.
그러던 중 샛별은 대구에 있는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이승엽 사인볼’을 주기 위해 몰래 병원 탈출을 감행하고, 우연히 이를 본 철수는 샛별과 함께 동행하게 된다. 두 사람은 대구를 향해 함께 움직이며 ‘초보 부녀’의 대구 방문기가 펼쳐진다. 가족들 역시 갑자기 사라진 철수와 샛별을 찾기 위해 대구로 나선다.
코미디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차승원과 이계벽 감독이 만났기에 유쾌하고 웃음 가득한 코미디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감동이 주가 돼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낸다. 가슴 따뜻한 감동 장르에 유쾌한 코미디가 얹어졌다고 보는 것이 가까울 것이다. 철수와 샛별의 이야기는 어떤 측면으로 보면 동화 같을 수 있지만, 순수하고 맑은 이들의 이야기가 보는 이들에게 울림을 준다.
초반부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소소한 웃음이 전해지고, 중·후반부 비장의 이야기가 그려져 관객들에게 한 방을 선사한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차승원의 힘이 단연 빛났다. 차승원은 파마 머리, 그리고 러닝셔츠에 가까운 흰 상의를 입고 등장하며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희화화 논란이 일 수 있는 캐릭터기도 했지만 차승원은 특유의 내공을 통해 과하지 않게 그려냈다. 샛별에게 “다 줄게”라고 무심하지만 먹먹하게 말하는 철수의 모습은 차승원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역 엄채영 역시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백혈병 투병 생활을 하는 샛별을 위해 삭발까지 해낸 엄채영은 똑 부러지고, 아픈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극의 든든한 축을 담당했다. 보는 이들에게 ‘아빠 미소’를 짓게 하는 귀여운 모습이었다. 여기에 박해준부터 김혜옥, 안길강, 전혜빈, 조한철, 성지루 등이 밀도 높은 연기를 펼치며 영화를 함께 이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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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의 반전 과거와 더불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소재로 해 관객들에게 먹먹한 마음을 전했다.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이야기, 그리고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영화에 녹여냈다. 실제 이계벽 감독이 희생 유가족들이 설립한 2·18 안전문화재단을 찾는 등 조심스럽게 진심을 담았다는 점을 영화에서 볼 수 있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는 분노를 자아내는 악인도 없다. 모두 유쾌한 웃음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영화를 꾸며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맑게 해준다. 여러 피곤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요즘, 관객들의 마음을 정화시켜줄 수 있는 착한 영화가 등장했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추석인 만큼, 연휴 개봉작 중 가장 가족들과 보기 적절한 장르의 작품이다. 러닝타임 111분. 12세 이상 관람가. 오는 9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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