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건희 조수민 전무송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추석 연휴, 파일럿 예능 공세 속 잔잔한 울림을 전할 뜻깊은 특집이 찾아온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린 KBS2 특집기획 ‘생일편지’ 기자간담회에는 김정규 PD, 배수영 작가와 배우 전무송, 송건희, 조수민이 참석했다.

‘생일편지’는 잊지 못할 첫사랑에게서 생일 편지를 받은 후, 1945년 히로시마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 노인 김무길의 이야기. 일제강점기 말미부터 광복을 거쳐 한국전쟁까지 한국 근대사의 산증인인 할머니, 할아버지의 ‘청춘 시절’을 재조명하며 눈물 어린 위로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집필을 맡은 배수영 작가는 “강제징용 피해자 분들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증언 기록이 많이 남아 있어서 제가 그 시절을 겪지 않았지만 생생하게 와닿고 공감할 수 있었다. 이걸 드라마로도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며 드라마를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연출을 맡은 김정규 PD는 “이 작품은 작년 8월쯤부터 기획됐기 때문에 묘하게 지금의 정치 상황하고 맞물리는건 우연이다. 우리의 과거를 되짚어보고 현재를 살아가는 분들에게 에너지를 드리고 싶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명가믈 가지고 만든 작품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송건희는 일제강점기 시절 허약한 친형 대신 징용을 자처한 김무길의 17세 시절을, 조수민은 히로시마에서 술집 허드렛일로 목숨을 부지하는 17세 여일애 역을 맡았다. 고향 합천에서부터 첫사랑의 감정을 키워오던 두 사람은 1945년 히로시마에서 극적으로 재회, 애틋한 사랑을 꽃피우며 가슴 시린 여운을 안길 전망이다. 두 배우 모두 가슴 아픈 소재의 주연 배우인 만큼 무거우면서도 책임감 있는 마음을 전했다.

이날 송건희는 “촬영하는 내내 울컥하는 순간들도, 가슴 떨리는 순간들도 많았다. 오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는대도 울컥하더라. 시청자분들에게도 제가 느꼈던 좋은 감정들이 전달됐음 좋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아픈 이야기들을 담고 있단 것 자체에서 무게감을 느끼고 준비했다. 과연 제가 그분들의 아픔이나 그시대의 감정들을 감히 담아낼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는 송건희는 “현장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부분들이 당시 강제징용자 분들이 느끼셨던 감정과도 비슷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런 힘듦이 오히려 몰입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 ‘열여덟의 순간’ 등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송건희는 처음 도전하는 멜로연기에 대해 “떨렸다”고 전하며 “시대상황과 별개로 일애를 향한 마음은 지금과 마찬가지라 생각해 그런 부분을 집중해서 연기했다. 수빈이와도 얘기를 많이 나눴고 친해지면서 케미가 잘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귀뜸했다.

KBS2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투명인간 최장수’ 등 아역배우 출신인 조수민의 11년만 컴백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좋은 의미의 작품으로 찾아뵐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운을 뗀 조수민은 “이 시대 배경을 이해하려고 책이나 영화 자료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힘든 시대를 사셨던 분들께 저희가 조금이나마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었음 좋겠단 생각으로 촬영했다. 조심스러운 부분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꼭 기억해야될 역사여서 책임감 가지고 찍으려 노력했다. 우리가 잊으면 안되는 역사이고 꼭 기억하는 역사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과 바람을 전했다.

전무송은 이야기의 화자인 김무길 역을 맡는다. 김무길의 영정 사진을 찍던 날 첫사랑 여일애(정영숙 분)로부터 ‘생일 편지’가 도착하면서, 김무길이 손녀 김재연(전소민 분)에게 1945년의 특별한 이야기를 꺼내놓게 된다.

전무송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로서 와닿은 점도 많았다. “이 작품을 만나면서 ‘우리가 왜 이런 비극을 겪어야하고, 왜 가슴 아파야 할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는 전무송은 “우린 아무 죄도 없는데 왜 이런 이별의 슬픔,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작품을 떠나 이런 시대를 우리 선조들이 사시면서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울기도 여러 번 울었다. 다신 이런 슬픔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연기 소감을 전했다.

‘생일편지’는 오는 11일과 12일 오후 10시 KBS2에서 2부작 방송된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