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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베테랑 배영수(38·두산)가 최근 저지른 보크로 원성이 자자하다. 그는 지난 14일 문학 SK전 6-6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 1사 1,3루 상황에 등판해 보크를 범했다.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그날 경기는 허무하게 끝났다. 결과적으로 배영수는 KBO최초 ‘무(無)투구 끝내기 보크’를 저지른 장본인이 되어 버렸다. 진기록이지만,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그러나 배영수는 KBO에 큰 족적을 남긴 선수임에 틀림없다. 그는 현역 최다승 투수이며 전성기 시절 ‘푸른 피의 에이스’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자신의 팔꿈치가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투구하며 소속팀 우승을 위해 헌신하기도 했다. 또한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선 이치로에게 빈볼을 던져 ‘배열사’라는 칭호도 얻었다. 어느새 30대 후반이 됐지만, 여전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배영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최근의 보크나 현역최다승이 아니다. 그의 남다른 희생이다.
지난 2003년 2월 삼성 선수단은 하와이 마우이 섬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쉬는 날, 선수들은 캠프 근처 폭포로 단체구경을 갔다. 그런데 그의 후배중 한 명이 물에 빠졌다. 맑고 투명해 깊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수심이 3m 가까이 되었던 것. 게다가 그 후배는 수영을 할 줄 몰랐다. 그는 그대로 물속에서 까무라쳤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위험을 직감한 배영수가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그러나 물속의 후배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구하러 온 배영수를 잡아당겼다. 용감한 배영수였지만, 수영은 야구만큼 잘하지 못했다. 간신히 몸을 빼 다시 물밖으로 나왔다. 그제서야 현장의 이재국 기자와 다른 동료들이 폭포 바닥에 널부러진 그 선수를 향해 다이빙했다. 채 숨을 고르지 못한 배영수도 지체없이 다시 뛰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구출에 성공했다. 배영수는 그날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소름끼치는 공포를 두 번이나 이겨냈다.
배영수는 프로 선수로서 야구를 잘 해야 한다. 그러나 못할 때도 있다. 아쉽게도 그 빈도가 이전보다 늘고 있다. 더구나 이번 보크처럼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범하면 온갖 비판을 받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그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몸을 두 번이나 던진 사실만큼은 야구과 별개로 오래오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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