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타인은 지옥이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박종환이 작품에 대한 애정, 배우로서의 소신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에덴고시원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입주자들이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과정, 그 안에서 음흉하게 펼쳐지는 살인을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박종환은 소름 끼치는 두 인물 변득종, 변득수로 분해 1인 2역을 펼쳤다.

이 작품은 김용키 작가의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본 스토리와 분위기를 알맞게 구현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넣어 몰입도를 놓였다.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은 낮았지만 원작 캐릭터와 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 호연도 더해져 ‘웰메이드’라는 평을 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박종환은 이동욱, 이정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역으로서 자신을 알릴 수 있었고 친분이 있는 임시완과 함께한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해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박종환은 임시완과 2016년 영화 ‘원라인’에서 호흡한 바 있고 현재 한 소속사 식구이기도 하다. 박종환은 “‘원라인’ 때는 서로 가깝게 지내는 관계였지만, 이번에는 제가 시완 씨에게 적대감을 느끼도록 해야 했다. 색다른 부분이라 반가웠다. 긴장감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에, 촬영 현장에서 일부러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했다. 대화하다가 일부러 말을 돌린다거나 원활하지 않도록 유도했는데, 재미의 요소가 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단 10부작으로 여타의 드라마보다 수명이 짧았다. 이에 아쉬움은 없었을까. 박종환은 “현장에서는 오히려 10부작이어서 좋았다는 반응이 있었다. 내용 자체가 10부작에 알맞았고, 10부작이었기에 더 알차게 보였을 거라는 의견들이 모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있다.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라고 이야기했다.

박종환

촬영은 마무리됐지만 박종환은 아직 변득종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로 말이 잘 안 나오는 현상이 생겼다고. “중요한 자리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말이 막힐 때가 있더라. 후유증인가 싶었다. 의식적으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만큼 캐릭터와 물아일체가 된 박종환이기에 그의 실제 성격은 더욱 궁금한 부분이었다. 박종환은 이에 대해 “성격은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기분파는 아닌데 전체적인 흐름에 반응하는 편이다”라며 진지한 눈빛을 보였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배역을 위해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게 그만의 법칙이었다. 박종환은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안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 제한이 생길 것 같다. 감독님이든 작가님이든 어떤 창작자가 저를 찾을 때 그 분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존재하려는 마음이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작품에서는 한없이 음침하고 기괴한 박종환이었만 촬영 현장에서는 웃음꽃을 피우려 노력한 분위기 메이커였다. 세트장까지 어둡고 칙칙했던 터라 더욱 무거울 수 있으니 일부러 밝은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 “한 번은 옷걸이가 있길래 목에 끼우고 다녔다. 그런데 감독님이 촬영 때 그렇게 해줄 수 있겠냐고 제안해서 실제 촬영에 반영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개그 욕심이 있다는 의외의 면모도 털어놨다. “사람들이 제 개그로 웃으면 그 모습에서 기쁨을 느낀다.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개그 감각은 없는데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다”라며 웃어 보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박종환은 “아직 차기작 계획은 없다. 일단 휴식을 갖고 싶고 머리를 예쁘게 기르고 싶다. 이미적으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음 작품을 설령 변득종, 변득수와 비슷한 역할을 맡는다고 해도 결을 다르게 표현해야 하니,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라며 변화를 강조했다.

자신의 존재를 더욱 알린 것을 넘어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박종환. ‘타인은 지옥이다’로 보여준 내실있는 연기력과 연기에 대한 우직한 자세가 박종환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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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플럼액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