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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민 JTBC 해설위원이 본지와 만나 인터뷰한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박준범기자

[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선수 현영민(40)의 모습은 더이상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좌우명 ‘일근천하무난사’(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다)처럼 JTBC해설위원으로 제2의 축구인생을 쉼없이 내달리고 있다.

현 위원은 지난해 3월 11일 정들었던 축구화를 벗었다. 마지막 소속팀이자 고향팀이기도 한 전남 드래곤즈 홈 구장인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은퇴식을 열고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16년동안 K리그를 누비며 그가 남긴 기록은 437경기 출전 9골 55도움. 왼쪽 측면 수비수로는 역대 최다 출전이다. 현 위원은“스스로 많은 인내와 절제를 지켰기 때문에 (기록을)달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면서 “선수생활은 이제는 미련이 없다. 뛰고 싶은 것만큼 이상으로 뛰었다. 그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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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을 한달여 앞뒀을 당시 현영민. 최승섭기자

◇“히딩크 감독이 스로인 잘해 선발? 아니겠죠”

현 위원은 건국대학교 재학 시절 유명인사였지만. 연령별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그러던 2001년 올림픽 상비군으로 성인 대표팀과 두 차례 연습 경기에 나섰다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고, 결국 2002년 월드컵 23명 최종명단에 들었다. 그야말로 깜짝 발탁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자서전을 통해 현영민의 전매 특허인 ‘롱스로인’을 보고 현영민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뽑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로인 하나만으로 저를 뽑았을까요?”라고 반문한 현 위원은 “경기에 뛸지 안뛸지도 모르는데 스로인만으로 선발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로인 뿐 아니라 킥이나 드리블 등 저만의 장점이 있어서 그런 것들을 좋게 보신 거 같다”고 설명했다.

꿈으로만 간직하던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지만, 그의 자리는 없었다. 결국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벤치만 지키다 월드컵에 끝났다. 현 위원은 “월드컵은 가고 싶다고 해서 가는 게 아니지 않나. 꿈의 무대에서 현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최종 엔트리 안에 포함된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출전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출전하지 않았지만 평생 가장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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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시절 현영민(오른쪽). 스포츠서울 DB

◇러시아 진출 1호→1년만 국내 복귀…“준비 부족했다”

월드컵 마친 뒤 그해 7월 울산 현대에서 늦은 데뷔를 한 현 위원은 2005년 주장 완장을 차고 울산의 우승에 일조한다. 이때 우승이 울산의 마지막 우승이기도 하다. 2002년 월드컵 4강진출로 병역혜택을 받은 현 위원은 러시아 명문 구단 제니트 상트 페네부르크로 이적한다. 현 위원은 “세계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항상 갖고 있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왔고, 울산 우승 후 FA가 되면서 좋은 길이 열렸다. 제니트가 당시 UEFA컵(現 유로파리그)에도 참가하던 강팀이었다. 선택에 있어 크게 주저하지 않았다”고 제니트행 선택 이유를 밝혔다.

유럽무대라는 꿈을 향해 과감하게 발을 내딛었지만 타지 생활이 녹록지는 않았다. 축구 이외의 부분이 발목을 잡았다. 현 위원은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고 잘하면 모습 보이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생활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던 나의 준비 부족이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국내 복귀 대신 다른 유럽 리그나, 팀에 도전을 했으면 아쉬움은 있다. 그렇다고 국내로 돌아온 게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한 후회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많은 선수들이 유럽 무대 문을 두드리고 성과를 내고 있다. 현 위원은 후배들에게 유럽 무대 도전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그는 “소속팀에서 인정을 받아도 유럽에 가보면 축구 잘하는 선수들이 너무도 많다. 직접 부딫히는 것만으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기회가 오면 세계 무대로 나갔으면 한다. 도전을 해야 성공이든 실패든 결정되니까 도전하는 건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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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드래곤즈 시절 현영민. 김도훈 기자

◇“공부하는 지도자 꿈꾸지만, 지금 생활도 만족”

현 위원은 현역 시절 때부터 메모하는 습관으로 유명했다. 훈련일지는 물론 여러 감독들의 지도방식이나 철학도 꼼꼼히 기록해오고 있다.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축구를 하고 싶은 의지의 반영이다. 최근에는 지도자 A급 자격도 취득했다. 현 위원은 “어느 순간 기회가 되면 현장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한다. 다만, 지금 하고 있는 해설도 재밌다.해설을 하면서 가족과 보내지 못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해설 2년차. 아직도 그는 꾸준히 축구보는 시각을 넓혀가고 있다. 이미 심판 자격증 3급도 따논 상태다. 그는 “지도자 교육, 심판 교육을 들으면서 축구를 보는 관점이 다양해지는 것 같다. 그라운드에 나갈 때마다 재밌다. 어떤 상황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른다. 나에게 공부되는 시간이다”고 만족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