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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배구연맹

[천안=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벌써부터 흔들려 안타깝다.”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12일 천안종합운동장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만원관중 속 열광적인 응원을 받았지만 한 세트만 따내는 고전 끝에 첫 경기서 웃지 못했다.

세터 역량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대한항공은 한국 최고의 세터인 한선수의 노련한 경기 운영 속에 다채로운 패턴의 공격을 구사했다. 새 외인 안드레스 비예나가 절반에 가까운 47.22%의 공격점유율을 가져가면서도 레프트인 곽승석과 정지석, 그리고 센터 라인의 진상헌, 김규민 등이 적절하게 공격에 가담하는 공격이 위력적이었다. 여기에 유광우까지 가세해 한선수 백업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대한항공 세터 라인은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첫 경기부터 고질적인 세터 약점에 흔들렸다. 이승원이 선발 출전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경기력이 아니었다. 결국 1세트부터 이원중이 교체로 들어갔다, 2세트부터는 황동일까지 투입돼 3명이 모두 경기에 나서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들 블로커 라인이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캐피탈에 블로킹 득점에서 4대9로 크게 밀린 것은 그만큼 현대캐피탈 공격 패턴이 상대에게 읽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승원은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한 상태도, 이원중도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다. 그나마 베테랑인 황동일이 셋 중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인 게 위안거리였다. 그러나 황동일의 경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적했기 때문에 호흡이 완전하지 않다. 결국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꽃을 피웠던 이승원이 살아나야 하는데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 한계가 보인다. 1세트 종료 후 최 감독은 세터 세 명을 불러모아 작전을 지시했는데 경기 후 “불안해 하는 느낌을 받았다. 훈련 때 했던 것을 차분하게 하라는 주문을 했다”라고 말했다.

경기 후 최 감독도 세터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황동일이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빨리 적응했다. 잘해주고 있는 게 고맙다”라면서도 “이승원, 이원중 기존의 선수들이 벌써 흔들리기 시작하는 게 안타깝다. 리시브가 안 될 때에도 좋은 토스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명세터로 유명했던 최 감독이 아이러니하게도 세터 고민을 이어가는 모습이 지난 시즌에 이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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