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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이 5경기만에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면서 터닝포인트를 잡았다.
한국전력은 2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현대캐피탈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8-26 25-23 20-25 25-22)로 승리를 거뒀다. 이 날 경기에서는 팀의 주포인 외국인 선수 가빈 슈미트의 활약과 헌신이 유독 눈에 띠었다.
어린 선수들이 다수 포진된 한국전력의 팀 컬러상 가빈은 외국인 선수지만 선참 역할을 해줘야한다. 7년만에 한국 무대에 복귀해 이제는 나이도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고, 예전처럼 압도적인 기량을 펼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상대팀에게는 경계대상 1순위다. 가빈은 시즌 개막전에서 KB손해보험을 상대로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후위 공격 각 3개 이상)을 달성하며 건재함을 뽐냈다. 이후 팀은 연패에 빠졌지만 가빈은 경기마다 20점 이상씩을 책임지면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가빈이 고마울 뿐이다. 그는 “가빈도 매 경기마다 힘든 게 사실이다. 나이가 많고, 체력적인 뒷받침이 안되는 것 같다. 그래도 정신력으로 버텨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가빈은 팀이 시즌 첫 승을 따낸 현대캐피탈전에서 투혼을 통해 팀 동료들을 자극시켰다. 이 날 경기에서 한국전력은 1세트를 듀스 접전끝에 따내며 2세트가 사실상 승부처가 됐다. 하지만 2세트 도중 가빈이 무릎 타박상을 입은 것이 변수로 떠올랐다. 가빈은 부상 부위에 테이핑을 한 뒤 아무렇지 않다는 듯 경기를 끝까지 소화했다. 이 경기에서 가빈은 양팀 최다인 28득점을 쓸어담으면서 한국전력의 탈꼴찌를 이끌었다. 장 감독은 “가빈이 무릎에 테이핑하고 뛰는 것을 보고 동료들이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경기 중에 가빈에게 ‘뛸 수 있냐’고 하니 문제 없다고 하더라. 용병이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게 쉽지 않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팀 동료인 김인혁도 “가빈은 참 믿음직스러운 동료다, 국내 선수들이 잘 받쳐줘야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빈에게 개막 후 연패를 당하는 최근 상황은 익숙치 않다. 그는 삼성화재 시절에는 ‘우승 청부사’로 불렸고, V리그를 떠난 뒤에도 일본, 터키, 그리스 리그에서 소속팀은 항상 상위권을 달렸다. 가빈은 “항상 거의 이기는 경기만 해왔다. 최근에 이렇게 연패를 한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인지 가빈에게 시즌 첫 승은 더욱 의미가 컸다. 그는 현대캐피탈전 직후 “너무 기쁘다. 그동안 지는게 너무 힘들었다”고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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