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이대호 선수협 회장 \'샐러리캡 구체적 내용은 대화로 해결하
한국프로야구선수협 이대호 회장이 2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총회 후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2019. 12. 2.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역시 최대쟁점은 샐러리캡 기준선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구단 대표이사 회의)의 FA 제도 개선안을 모두 수용할 의사를 비추면서도 뚜렷한 샐러리캡 기준선을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덧붙여 샐러리캡 기준선을 두고 KBO 이사회와 선수협이 함께 논의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바랐다.

선수협 이대호 회장은 2일 서울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19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를 마친 후 이사회의 개선안에 대한 선수협 찬반투표 결과를 밝혔다. 이 회장은 “찬성 191표, 반대 151표가 나왔다. 즉 선수협의 입장은 이사회의 FA 제도 개선안을 수용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선수들 모두 샐러리캡에 대해 당황하고 있다. 갑자기 이사회에서 샐러리캡이 나왔다. 선수들 대부분이 이사회가 샐러리캡을 제안한 것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 그런데 이사회에서 샐러리캡 기준선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일찍 모여서 선수들끼리 샐러리캡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샐러리캡 기준선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이사회에서 기준선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부터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구단과 샐러리캡 기준선을 놓고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KBO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FA 등급제와 등급제에 따른 FA 부상 규정 완화, FA 취득 기간 1년 축소, 최저 연봉 3000만원으로 인상, 부상자 명단 제도 도입, 1군 엔트리 등록 인원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덧붙여 이사회는 선수협에 이러한 제도 개선안과 함께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할 것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 회장의 말처럼 샐러리캡 기준선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샐러리캡 기준선은 구단과 선수 모두에 있어 핵심 사안이다.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프로스포츠 NBA(미프로농구)와 NFL(미프로풋볼리그)의 경우 기준선 결정을 두고 밤샘토론도 불사한다. NBA는 구단과 선수노조가 샐러리캡 기준선에 대한 입장을 좁히지 못해 1999년과 2011년 두 차례 직장폐쇄를 겪었다. 이로 인해 1998~1999시즌 개막일은 1999년 2월 4일이 됐고 2011~2012시즌 개막일은 2011년 12월 24일이었다. 개막일이 뒤로 밀리면서 팀당 각각 50경기, 66경기만 치렀다. NBA는 10월 중순에 개막해 이듬해 4월 중순까지 팀당 82경기를 치른다.

선수협과 KBO 이사회도 앞으로 샐러리캡 기준선을 두고 입장 차이가 클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KBO리그는 미국프로스포츠 리그들과 달리 대부분의 구단들이 모그룹에 수백억원씩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적자리그다. 미국프로스포츠 리그처럼 구단과 선수협이 이익분배를 두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힘들다. 구단은 샐러리캡을 통해 적극적으로 운영비를 절감하려고 할 것이며 선수협은 구단이 운영비 규모를 유지하는 것을 요구할 게 분명하다. 구단마다 바라는 기준선도 다를 확률이 높다. 일례로 2019시즌 롯데와 KT·키움은 선수단 총연봉 규모부터 약 2배 차이다. 국내선수만 기준으로 삼아도 롯데는 총연봉 100억원이 넘고 KT와 키움은 50억원 내외다.

이 회장은 “솔직히 선수 입장에서 이사회로부터 좀 더 좋은 조건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FA 계약시 4년 보류도 중고참 선수나 B·C등급 선수에게는 불리한 제도다. 그래도 이사회에서 우리를 생각했다고 보고 샐러리캡 외에 제도를 수용하기로 했다. 향후 샐러리캡 기준선에 대해 이사회와 논의를 해서 잘 풀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일단 선수협으로부터 공식 공문을 받아야 한다. 공문을 받고 선수협 의견을 수렴해서 샐리러캡 기준선을 마련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1월 이사회에서 샐러리캡 기준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FA 제도 개선을 사이에 둔 KBO 이사회와 선수협의 기나긴 줄다리기가 ‘샐러리캡 기준선 결정’이라는 만만치 않은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