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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토탈배구가 여자 배구의 3연속 올림픽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해 1월 여자 배구 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선임된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배구에 세계적인 흐름인 ‘토털 배구’를 이식하면서 이미지를 변화시켰다. 라바리니 체제 이전 한국 여자 배구의 스타일은 김연경이라는 세계적인 스타에 의존하는 일명 ‘몰빵 배구’였다. 확실한 득점원인 김연경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부임 후 가장 먼저 한 선수에만 집중되는 스타일을 분산시켰고 여기에 스피드를 더했다.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볼 배급을 담당하는 세터 이다영에게도 다양하게 공격 활로를 열어달라는 주문을 지속적으로 했다. 최대한 많은 선수가 공격에 참여할 수 있는 배구를 원했던 것이다. 그 다음으로 요구한 것이 스피드다. 점프 토스를 통해 빠르게 공격이 나갈 수 있도록 주문했다.
지난 1년간 요구한 라바리니 감독의 주문은 이번 예선전에서 빛났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와 아시아배구연맹(AVC) 컵 등을 거치면서 라바리니호는 김연경뿐 아니라 이재영과 김희진, 강소휘 등 다양한 공격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혔다. ‘토털 배구’에 조금씩 몸을 익힌 라바리니호의 경기력이 이번 예선전에서 터지면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라바리니호는 핵심 공격수 김연경이 복근 부상으로 빠진 대만과의 4강에서도 큰 공백 없이 최종전에 올랐고 경쟁력을 갖춘 라바리니호에 김연경이 합류하자 최종전에서도 가볍게 도쿄행 올림픽 티켓을 딸 수 있었다.
라바리니 감독이 한국 배구에 심은 ‘토털 배구’는 팀 중심인 김연경을 비롯해 어린 선수들과 노장들을 하나로 잘 섞었기에 가능했다. 이재영과 강소휘가 춤추면 김희진과 양효진, 김해란 등이 중심을 잡아줬다. 경험과 패기가 녹아든 라바리니호의 ‘토털 배구’가 아시아 무대를 평정할 수 있던 이유이기도 했다. 경기 뒤 라바리니 감독이 발언한 내용으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선수단의 중심인 김연경을 높게 평가하면서 팀을 하나로 모았다.
아시아 무대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라바리니호의 토털 배구는 이제 올림픽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오는 7월 도쿄에서 펼쳐질 올림픽 무대를 ‘꿈의 무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던 만큼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도쿄행을 꽃피운 라바리니 감독이 세계 무대에서도 원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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