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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또 V리그에서 선수단 이탈과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이 터져나왔다. 이번에는 촉망받는 기대주라 팬들의 실망감이 더 크다.
올시즌 V리그 남자부 신인왕 후보로 거론된 구본승(23·한국전력)이 은퇴를 선언했다. 구본승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배구를 안 하기로 마음 먹었다. 배구는 단체 생활이고, 단체 운동인데 어렸을 때부터 적응을 잘하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 힘들어서 이런 결정을 했다”면서 코트를 떠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1순위로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은 그는 올시즌 19경기에 출전해 166득점, 공격 종합 성공률 48.41%를 기록하면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 선수단을 무단 이탈하는 등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끝에 은퇴를 선택했다.
다른 프로스포츠에서는 시즌 중 선수단 이탈과 은퇴 선언 등 돌발 행동이 수면 위로 불거지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V리그에서는 잊을만하면 한번씩 이런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코트를 떠나는 선수들이 하나같이 “배구가 싫어졌다”는 이유를 남기는 것도 다소 의아하다. 어린시절부터 오로지 배구만 바라보면서 프로무대를 밟았는데 이제와서 배구와 등을 돌리겠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은퇴 선언을 하는 선수들에게는 각기 다른 사연이 있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프로 무대에서 처음 맛보는 좌절감이다. 아마추어에서는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다 경쟁의 정점에 있는 프로에서 백업으로 밀리면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 그로 인해 선수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선수단 이탈 등 돌발 행동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한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선수단을 무단으로 이탈하거나 배구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 온 선수들이 적지 않다.
팀을 떠나겠다는 의지가 강한 선수들을 붙잡는 것은 쉽지 않다. 구단들도 전력 약화나 팀 분위기에 악영향이 있더라도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선수들을 일단 놓아줄 수 밖에 없다. 한 배구 관계자는 “어린시절부터 배구만 해 온 선수들이다. 팀을 떠나게 되면 오히려 배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다시 복귀하면 오히려 마음을 다잡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8~2019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을 이탈했다가 1달여 만에 복귀한 한국전력의 김인혁이 좋은 예다.
선수들이 예고없이 은퇴 선언을 하는데는 환경적인 문제도 있다. 프로배구 구단 가운데는 아직도 클럽하우스가 아니라 아파트를 숙소로 사용하는 팀들이 있다. 이런 팀들의 경우 선수단 관리가 쉽지 않다. 또한 어린 선수들에게는 24시간 선배들과 함께해야하는 생활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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