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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FC서울이 2020년에는 팬들에게 실망만 안기고 있다.
‘리얼돌 사태’는 지난 1월부터 FC서울을 따라다닌 논란의 꼬리표에 방점을 찍었다. 경기 시작 직전까지도 몇 단계에 걸쳐 문제를 파악할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FC서울의 부주의로 전 세계 37개국이 지켜보는 가운데 헛발질하는 망신을 자초했다. 이 일을 두고 복수의 축구계 관계자는 “다른 구단에서 하지 않은 아이템을 찾아 잘해보려고 과욕을 부리다 실수한 것”이라며 “세심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FC서울의 헛발질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가고시마 전지훈련지 선택부터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기성용과 이청용의 친정 복귀를 발로 찬 사건, 신인 관리 부주의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논란을 일으킨 일까지 모두 FC서울의 헛발질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번 ‘리얼돌 사태’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국민 정서가 더 예민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할 정도로 급변한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성 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낮은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스포츠평론가 정윤수 성공회대 교수는 “과욕이 참사를 불렀다는 건 결과적으로 변명일 수밖에 없다”며 “모두 잘해보려고 했는데 참사가 발생하는 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FC서울을 통해 한국 스포츠의 성 인지 감수성을 확인한 정 교수는 “리얼돌 아닌 여성 마네킹을 놨어도 문제 되는 것”이라며 “스포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도 여성 캐스터가 짧은 치마와 파인 옷을 입고 진행하는 것도 같은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스포츠가 내재적으로 여전히 여성을 ‘성 상품화’하고 있어서 ‘리얼돌 사태’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홍보 자료나 이벤트 등에서도 성차별적 요소가 없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며 “치어리더를 없애라는 게 아니다. 팀을 응원하는 문화가 잘못됐다는 게 아닌 일부 팬, 구단 등이 여성의 신체를 소품으로 여기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지만 프로스포츠도 변화된 성 인지 감수성의 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5개월 사이 수많은 헛발질로 팬심을 잃은 FC서울이 제자리로 돌아갈 방법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사회 기준에 맞는 성 인지 감수성을 갖추는 것이다. 한국 프로스포츠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에 쉽게 고쳐지지 않겠지만 이를 해결해야만 등 돌린 팬심을 다시 돌려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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