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원
LG 조성원 신임 감독이 27일 서울 KBL센터에서 열린 공식 취임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제공 | KBL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현역시절 ‘캥거루 슈터’로 명성을 떨친 LG 조성원(49) 감독이 자율농구를 전면에 내걸었다. 스파르타식 훈련 관행에서 벗어나 선수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조 감독은 지난달 자진사퇴한 현주엽 전감독의 뒤를 이어 세이커스 지휘봉을 잡았다. 1997년 프로에 입단해 2006년까지 10년동안 KBL 무대에서 활약한 조 감독은 프로 초창기에는 이상민, 추승균 등과 함께 대전 현대의 전성 시대를 이끌었고 2000년부터 2002년까지는 LG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 2000~2001시즌에는 평균 25.7점, 4 도움으로 공격 농구를 이끌었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1999년에는 플레이오프MVP로도 꼽혀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활약한 레전드로 남아있다.

작은 신장(180㎝)에도 불구하고 캥거루처럼 솟아 오르며 던지는 3점슛은 조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현역시절 탄력적인 움직임처럼 ‘젊은 LG’도 유쾌하게 바꿔놓겠다는 각오다.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우연히 만난 조 감독은 “재미있는 농구를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선수단 분위기가 밝아야 긍정적인 에너지가 코트 위에서 발산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성과를 위해 무섭게 몰아치는 스파르타식 훈련은 역사 속에 넣어둘 생각이다. 그는 “농구는 선수가 한다”는 짧은 말로 KBO리그를 비롯해 한국 프로스포츠의 지도자 성향 변화에 동참할 뜻을 내비쳤다.

2001-2002 애니콜 프로농구 LG-SK빅스
현역시절 LG 조성원(왼쪽)이 SK빅스 조동현의 밀착수비를 따돌리며 드라이브인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현역 시절 체력훈련을 위해 해병대 캠프까지 다녀온 조 감독은 “산악 러닝을 가장 싫어한다”며 웃었다. LG는 전통적으로 강원도 양구에서 혹서기 체력훈련을 한다. 그는 “산에서 잘 뛰는 선수들이 코트에서는 2분도 못뛰는 경우가 있다. 체육관 안에서 2분을 못뛰는 선수가 경기에서 얼마나 뛰겠나. 길어야 1분 남짓이다. 농구단은 이런 선수가 필요한 곳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기본적인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있고, 코칭스태프도 방향을 제시하지만 경기에 뛸 자격은 선수 스스로 갖추는 게 최근 농구 추세라는 게 조 감독의 철학이다.

그는 “주축 한 명이 빠지면 누군가는 그 자리를 대체한다. 부상했던 주축이 돌아오면 대체 선수는 다시 벤치로 간다. 팀이나 선수를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그림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회가 왔을 때 움켜쥐고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조 감독은 “물론 포지션별로 마음의 준비는 시즌 전에 미리 시킬 계획이다. 포인트가드부터 파워포워드까지 ‘A가 빠지면 B가 들어간다’는 식으로 보직을 명확하게 인지 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은 트레이너와 코치 몫”이라고 말했다. 명확한 보직은 준비과정부터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내부 경쟁이 치열해질 수도 있다. 조 감독은 “프로는 성인들이다. 자기관리는 스스로 할 수 있고, 부족한 게 뭔지, 강점은 뭔지도 본인이 제일 잘 안다”고 강조했다.

‘호랑이 감독’ 혹은 ‘감독 선생님’ 문화가 뿌리 깊게 박힌 프로농구계에서 조 감독이 던진 ‘자율’ ‘관리’ ‘웃음’ 등의 키워드는 낯설다. 그러나 자율농구가 새바람을 일으키면 농구 전반의 지도법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조 감독은 “그저 내가 싫었던 걸 안하는 것일 뿐”이라며 자세를 낮췄지만, LG는 ‘신바람’이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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