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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조원우 제공

[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바다, 닻을 다루는 데 필수적인 바람, 요트 운영에 최적인 환경과 마리나 시설. 한국 요트의 희망 조원우(26·해운대구청)가 고향 부산에서 요트의 꿈을 꿨던 배경이다. 줄곧 부산에서 자랐던 ‘부산 토박이’ 조원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의 제안으로 처음 닻을 잡았다. “부산은 요트를 하기 정말 좋은 곳이다. 해운대에 살아서 집 앞에 조금만 가면 해수욕장도 세 군데나 있고, 마리나 시설도 잘돼 있다. 아버지와 함께 알아보다가 선택하게 됐다”며 요트를 시작했던 때를 떠올렸다.

막막하기만 했던 미래와 태극마크의 꿈은 성적이 뒷받침 되면서부터 점차 뚜렷해졌다. 2010년 크로아티아, 2011년 아일랜드에서 열린 세계 주니어 요트선수권대회 RSX 종목에서 아시아 최초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잠재력을 입증했다. “고등학교 때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다 보니 비전이 생기더라. 남들이 안 하는 걸 했지만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나랑 잘 맞다”며 크게 웃었다.

꾸준히 성장 곡선을 그린 조원우는 지난해 9월 이탈리아 토르볼레에서 열린 2019 RSX 윈드서핑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 선수 130명 중 9위에 올랐다.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고 성적이다. 지난해 470급 박건우-조성민 조, 남자 레이저급 하지민 등과 함께 일찌감치 도쿄올림픽 출전권도 따냈지만, 국내에선 워낙 생소한 종목인 탓에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매스컴을 통해 접하기도 어렵기에 국제 대회에서 호성적을 내더라도 많은 관심을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 묻어날 법했지만, 10년 넘게 묵묵히 자신의 길만 걸어왔던 조원우에겐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그는 “피겨나 수영도 인기가 없었지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스타들이 생겼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고, 꼭 해낼 것”이라며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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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조원우 제공

아시아 대회에선 이미 수많은 대한민국 요트 선수들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지만, 아직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없다. 유럽이 압도적으로 강세를 보인 종목인 탓에 훈련 환경도, 신체 조건도 불리한 아시아 선수들이 올림픽 순위권에 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나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젊은 피’ 조원우가 사상 첫 메달 수확을 위해 닻을 잡는다. 대한요트협회도 메달 레이스(톱10) 진입을 넘어 메달권이 가능한 선수로 꾸준히 조원우를 꼽아왔을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조원우는 “고등학교 때도 세계 주니어 선수권에서 우승할 줄 몰랐는데 해냈다. 10년 전이지만, 그때 대결했던 선수들과 성인이 돼 만나는 거니 부담 없이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조원우가 출전하는 RSX 종목은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IQ포일 종목으로 변경된다. 사실상 RSX에 출전하는 마지막 대한민국 선수가 된 셈이다. 여느 때보다 무거운 태극기를 가슴에 달게 된 그의 1순위 목표는 ‘한국 최고 성적’이다. 조원우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하는 올림픽 종목이다. 젊음의 패기로 한국 올림픽 최고 성적을 내겠다. 10등 안에 드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고 각오했다.

younw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