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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펀드 투자자정보확인서.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은행사들이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확인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작성하는 투자자정보확인서를 조직적으로 변조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불완전판매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IBK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대책위가 98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계약 당시 투자자정보확인서를 고객이 직접 확인해 체크하거나 설명을 듣고 해당 문건에 서명한 경우는 단 1건도 없었다. 고객은 확인서의 성명란에 이름만 기재하고 도장 날인 또는 서명만 했을 뿐 각 항목의 체크사항은 판매직원이 임의로 작성했다. 심지어 직원이 고객의 성명을 대리 서명한 경우도 발견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본시장법 제50조(투자권유준칙)에 따라 제정된 기업은행의 ‘펀드 투자권유준칙’(이하 준칙)에 따르면 임직원은 투자자 방문시 방문목적 및 투자권유희망 여부를 확인하고 투자권유를 하기 전에 해당 고객이 일반투자자인지 전문투자자인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준칙에는 투자자 본인으로부터 투자자 정보를 파악해야 하며 그 정보에 따라 산출된 투자자 성향에 비춰 금융상품이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투자권유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같은 확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대책위 주장이다. 투자자정보확인서가 임의로 작성돼 투자자 성향도 제대로 산출되지 않았고 그 결과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의 투자자들이 1등급 위험 등급인 디스커버리펀드에 가입됐다.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A씨는 “투자성향이 뭔지도 모른다. 분석은 없었다. 기업은행에서 서명만 받아 갔다”고 말했다. 복수의 금융상품에 가입한 투자자의 경우 투자성향이 상품에 따라 제 각기 바뀐 사례도 있었다. 피해자 B씨는 “정년 퇴직 후 은퇴자금으로 2017년 4월, 2019년 1월, 2019년 3월 모두 동일한 기업은행 직원을 통해 상품에 가입했는데 투자성향이 3등급, 1등급, 5등급으로 변경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사한 상황은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의 CI(Credit Insured) 무역금융 펀드에서도 포착됐다. 신한은행 라임CI펀드 피해고객연대에 따르면 해당 고객연대 소속 피해자 49명 중 45명이 라임CI펀드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투자자정보확인서가 나이 관련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동일한 답으로 표기가 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밝힌 한 라임CI펀드 피해자는 “두 사람이 각 항목을 똑같이 체크할 확률은 2만8800분의 1이며 49명 중 45명이 똑같이 체크할 확률은 0에 가깝다”며 “피해자들이 전국 단위의 점포에서 라임CI펀드에 가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항목 표기에 대한 조직적인 룰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45명의 투자자정보확인서를 취합해 검찰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금감원엔 전체 가입자에 대한 전수조사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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