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김하성의 홈런 축하하는 이정후
키움 김하성(왼쪽)이 지난달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키움의 경기 3회초 2사 1,3루 상황에서 LG 선발 윌슨을 상대로 3점 홈런을 친 뒤 이정후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대세로 자리매김한 ‘강한 2번’의 숨은 효과는 1번 타자의 ‘다리’에 있다. 빠른 주자는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을 제한시켜 타자의 노림수를 단순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도루 성공 방법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투수가 브레이킹볼을 던지는 타이밍에 맞춰 뛰면 된다. 대도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투수의 습관과 볼배합 파악은 필수다. 브레이킹볼을 던지기 전 모션이나 볼배합 습관을 캐치할 수 있다면 도루 성공률은 수직상승한다. 물론 상대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몇몇 베테랑 투수들은 일부러 습관을 노출한 후 1루 견제로 주자를 잡거나 피치아웃을 시도한다. 그래도 일반론은 패스트볼 승부다. 빠른 공을 던져 포수가 승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고 2루 접전 상황을 유도한다.

키움의 득점공식도 여기에 있다. 리드오프 서건창이 출루하면 2번 타자는 한결 편하다. 도루 부문 1위를 달리는 서건창이 1루에 있으면 패스트볼 승부가 많아지고 2번 타자 김하성은 패스트볼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다. 지난 5일까지 서건창은 도루 12개, 김하성은 2번 타자로 출장시 48안타와 8홈런, 34타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잠실 LG전이 그랬다. LG 선발투수 타일러 윌슨은 서건창을 의식해 패스트볼을 던졌고 김하성은 이를 3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김하성 또한 도루 9개를 기록하며 꾸준히 베이스를 훔친다. 김하성이 출루하면 이정후가 찬스를 맞이한다.

2루타 신고하는 페르난데스[포토]
두산 2번 페르난데스가 지난달 2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1회초 1사 후 2루타로 출루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두산도 도루 능력이 있는 박건우, 정수빈, 허경민 등을 1번에 배치해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팀에서 가장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페르난데스가 보다 수월하게 안타를 터뜨리는 환경을 만든다. 올해 1번 타자로 꾸준히 출장하는 NC 박민우, LG 이천웅, 삼성 김상수, KT 배정대 등도 언제든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할 수 있는 주력을 갖췄다. 이들이 리드폭만 넓힌다면 굳이 도루를 하지 않아도 2번 타자의 장타를 유도할 수 있다.

NC 타선이 더 강해지는 시점도 박민우의 컨디션 회복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지난주 햄스트링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박민우는 꾸준히 1번 타자로 나섰지만 도루 시도는 6번에 그쳤다. 다리 상태가 100%가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 무리한 주루플레이를 자제했다. 박민우가 완벽하게 돌아올 때 NC는 2번에 권희동, 애런 알테어, 나성범 중 한 명을 배치해 더 무서운 타선을 구축할 전망이다.

타선은 단순한 줄세우기가 아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감독 혹은 타격코치가 최적의 타선을 구축하기 위해 밤을 샜고 이제 강한 2번 타자는 ‘파격’이 아닌 ‘뉴 노멀’이 됐다. 1번 타자가 도루하고 2번 타자가 적시타로 1점을 뽑는 것은 수많은 득점 공식 중 하나에 불과하다. 궁극적인 목표는 1번 타자가 출루해 2번 타자가 홈런을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2번 타자 역할을 두고 “장타 생산 능력이 있는 타자”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까지 2번 타자 타점수(227개)는 5번 타자 타점수(157개)를 크게 앞섰다. 이 과정에는 1번 타자의 빠른 발이 굵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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