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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지난 4월 20일 키코 판매사인 은행사 경영진 17명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재항고사건에 대해 기각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공 |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검찰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에 대한 기소를 끝내 기각한 것으로 뒤늦게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8년부터 약 2년여에 걸쳐 키코 피해기업들로부터 요청받은 키코 재수사를 최종 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본지가 입수한 검찰의 키코 사건 처분 문건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 4월 20일 키코 판매사인 은행사 경영진 17명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재항고사건에 대해 기각 처분했다. 대검찰청은 기각 결정 이유에 대해 “항고기각 결정서 기재와 같다. 항고기각 결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자료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2007년 키코를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상품이라고 소개하며 팔았다. 그러나 환율이 일정 범위 이상으로 올라갔을 때 기업이 막대한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라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변동하며 약 1000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20조원대로 추산되는 피해를 입었다. 파생된 대출이자와 기업 파산 등 2차, 3차 피해를 더하면 피해는 100조원대에 이른다.

피해기업들은 법적대응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대법원은 2013년 은행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키코 사건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문서에서 키코와 관련해 ‘대한민국 경제를 생각해서 은행의 손을 들어줘야 했다’는 취지의 재판거래 내용이 공개되면서 피해기업들은 2018년 4월 은행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검에 재고발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다. 키코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기 때문에 재조사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을 각하처분했다. 피해기업들은 키코가 사기사건임을 증명하기 위해 독일연방대법원 판결문, 미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 결정문, 미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면담자료, 인도 지방법원 판결문, 이탈리아 법무법인 의견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독일연방대법원 판결문, 미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 결정문 등은 항고에서 새롭게 제시된 증거였다. 하지만 검찰은 외국 기관의 의견 등을 이유로 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피해기업 측은 항고 이유서에서 “쟁점은 해당 증거들의 중요성 여부”라며 “새로운 증거들이 비록 외국 판결 내지 결정문, 외국 기관의 의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외국성만을 이유로 증거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당 증거들은 키코와 동일한 구조의 상품에 대해 다수의 국가 사법기관들이 이구동성으로 기망성을 인정한 내용이었다.

또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며 “전합판결의 판단에 대한 민사소송법 소정의 재심사유가 현실화되는 상황”이라고도 강조했다. 재판에 관여한 법관이 그 사건에 관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때 재심사유가 된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기업들은 2018년 12월 항고를 했으나 검찰은 이듬해 4월 또 다시 기각했다. 이후 즉각 재항고에 들어갔으나 대검 역시 지난 4월 기각처분을 내린 것이다. 윤 총장이 이끌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2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300여 페이지의 공소장을 작성하며 키코 건은 제외시켰다. 윤 총장은 5개월 후인 지난해 7월 대검으로 자릴 옮겼다. 피해기업 측은 그해 11월 윤 총장에게 면담신청을 하기도 했다. 피해기업들은 같은 시기 법무부에 직접 감찰을 요청하며 진정을 넣었으나 법무부는 대검찰청으로,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사안을 넘겼다.

지난 1월 부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2011년 7월 키코 판매사들에게 형사 책임을 면하게 해준 장본인이다. 이 지검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있으면서 키코 부실판매로 고발된 경남, 국민, 산업, 신한, 씨티, 외환, 우리, 하나, HSBC, JP모건, SC제일 등 11개 시중은행 임직원 90여명 전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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