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한화 김민우, 스트라이크 간다!
한화 김민우가 1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와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0. 8. 18.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규정이닝만은 꼭 해내고 싶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리그 전반적으로 토종 선발자원이 부족한 것을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따금씩은 규정이닝을 소화하는 토종 선발투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신생팀 NC와 KT도 그랬다. NC는 1군 첫 해인 2013년부터 이재학이 세 시즌 규정이닝을 소화했다. KT 또한 2018년 금민철, 2019년에는 김민이 나란히 규정이닝을 넘어섰다.

그런데 한화에는 2014년 이후 규정이닝을 소화한 선발투수가 없다. 과거에는 류현진이 거의 매시즌 규정이닝을 소화했는데 류현진이 빅리그에 진출한 후 규정이닝을 소화한 토종 선발투수는 손에 꼽을 지경이다. 128경기 체제였던 2013년 김혁민(146.2이닝)과 2014년 이태양(153이닝) 이후 한화에서 규정이닝을 소화한 토종 선발투수는 전무하다. 즉 144경기 체제가 시작된 2015년부터 한화 국내선수 중 그 누구도 규정이닝을 돌파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꾸준히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거액을 투자했으나 좀처럼 선발투수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선수 육성은 투수와 야수를 가리지 않고 늘 더디게 진행됐다.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에서 투수를 지명했지만 선발과 불펜 모두 3년 이상 활약한 선수를 찾기 힘들다. 몇 년 동안 외부영입 선수들이 팀 전력 중심에 자리했는데 그나마 야수진에 한화 프랜차이즈 선수들이 집중됐다.

때문에 한화에 있어 토종 규정이닝 달성은 나름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비록 100패 악몽에 시달리는 올해지만 그래도 남는 것은 있어야 한다. 어느덧 6년차가 된 오른손 선발투수 김민우(25)가 규정이닝 돌파를 목표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김민우는 지난 23일 잠실 LG전에서 5.1이닝 1실점으로 7경기 만에 선발승을 올렸다. 시즌 초반부터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이제 3승째를 올렸지만 올해 김민우의 활약은 한화가 내세울 수 있는 몇 안되는 소득 중에 하나다. 최근 구속저하와 마주하며 위기도 겪었지만 이날 김민우는 최고구속 149㎞를 찍으며 구위 회복을 알렸다. 패스트볼에 힘이 붙으면서 주무기 스플리터까지 살았고 5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벌였다.

오랜만에 선발승과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한 김민우는 경기 후 바로 이닝을 강조했다. 그는 “물론 선발승도 좋지만 승리는 투수의 힘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 목표는 이닝이다. 꾸준히 이닝을 소화하면서 팀 승리를 돕고 싶다. 지난 SK전에서 너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는데 매경기 5이닝 이상 소화하는게 목표다. 그리고 선발투수로서 규정이닝만은 꼭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김민우는 이날 경기를 통해 총 90.2이닝을 소화했고 규정이닝에도 진입했다. 시즌종료까지 56경기가 남았는데 끝까지 로테이션을 소화하면 규정이닝 돌파를 이룰 수 있다. 4.27인 평균자책점도 3점대까지 내린다면 류현진 이후 누구도 못한 토종 규정이닝 소화와 3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두루 달성한다.

기록에서 드러나듯 한화의 한계점을 항상 토종 선발진에 있었다. 10년만에 포스트시즌 티켓을 거머쥔 2018년에도 약점은 동일했다. 외국인 투수 두 명에게 의존하는 마운드 쏠림 현상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는 외국인 투수들도 고전하고 있는데 이대로 야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김민우 외에 지난겨울 트레이드로 영입한 장시환까지 토종 투수 두 명이 규정이닝에 도전하고 있다. 토종 선발진이라도 희망이 된다면 이듬해에는 보다 나은 마운드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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