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우 드라이버 샷
정시우가15일 점프투어 모아저축은행 석정힐CC 2차 대회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다. /넥스트스포츠 제공

정시우 시상식 마친 뒤
15일 점프투어 모아저축은행 석정힐CC 2차대회 시상식에서 딸뻘되는 선수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정시우(왼쪽 세번째). /넥스트스포츠 제공

[스포츠서울 박병헌전문기자]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의 정시우(47)는 13년째 한국여자프골프(KLPGA)투어 정회원에 도전중이다. 현재 3부인 점프투어에서 뛰고 있는 그는 30살이나 어린 딸뻘 되는 선수들과 우승을 경쟁하고 있다. 정회원을 향한 그의 도전은 끊임이 없다. 정회원이 되어 고향인 부산에 골프 아카데미를 차려 후학을 지도하겠다는게 그의 인생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결혼도 미뤘고, 고향인 부산을 떠나 대회가 주로 열리는 전북 군산시 옥서면의 군산CC 부근의 원룸으로 이사했다. 부산에서 군산까지 오가는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생활비는 오로지 상금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으로는 턱없이 모자라 생계를 위해 은행 대출까지 받았다. 부산 토박이인 정시우는 낯선 곳으로 이사왔더니 아는 사람도 없어 하루 세끼 밥먹고 잠자는 시간외에는 골프채와 씨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준회원 신분이다.

태권도에서 여자로는 최고수(4단)인 그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이었다. 이후 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1998년 베트남 세계선수권대회 53kg이하급에서 은메달을 따낸뒤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던 그는 호주의 레슨프로에게 스윙을 배웠고, 2년만에 세미프로가 됐다. 2009년에는 점프투어에서 우승도 했다. 7살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던 덕분에 하체가 좋아 드라이버 비거리 등은 좋은 편이나 뒤늦게 골프를 시작한 탓에 퍼팅과 숏게임이 비교적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시우는 정회원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만 42세이상의 또래들이 출전하는 챔피언스 투어로 옮겼다. 챔피언스 투어에는 왕년에 KLPGA투어를 주름잡았던 정일미, 홍선희 등이 버티고 있다. 챔피언스 투어 상금 랭킹 1위에게는 정회원 자격을 주는 특전이 있었지만 고작해야 2등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 특전이 없어지면서 정시우는 점프투어로 복귀했다. 5년만이었다. 점프투어보다 상금이 비교적 많은 챔피언스 투어에도 뛰고 있는 이유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다. 챔피언스 투어에서 벌어 점프투어 비용으로 쓰는 셈이다.

정시우는 15일 끝난 점프투어 모아저축은행 석정힐CC(전북 고창군 고창읍) 2차대회에서도 첫날 5언더파를 쳤지만 합계 5언더파 139타로 공동 7위에 머물렀다. 상금은 고작 78만원이었다. 이날도 챔피언조로 2002년생 윤규미등과 같이 챔피언조에서 시합을 벌였다. 16일부터 열리는 호반 챔피언스투어 8차전에도 출전한다. 체력적으로 부치지만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투어를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점프투어에 복귀한 정시우는 ”5년만에 왔더니 젊은 선수들의 실력이 KLPGA투어를 뺨칠 정도로 보통이 아니더라. 더욱 노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1차 대회에서 컷 탈락한 그는 다음주 3차 대회에도 출전한다. 4차 대회까지 상금랭킹 14위까지는 정회원 특전이 주어진다. 그렇지만 평균타수가 74타 이내여야 한다. 정시우는 ”정회원 자격하나 하나를 바라보고 모든 걸 올인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정회원 자격증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bhpark@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