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감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대가 만든 '축복'이라고 불러도 좋을 감동의 무대가 2020년 추석 연휴 첫날 안방극장을 찾아왔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혼자서, 혹은 최소한의 가족들과 함께 하는 조금은 외로운 올해 추석에 찾아온 뜻밖의 선물이었다. '가황' 나훈아(73)를 15년만에 언택트 무대에 불러세운 KBS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무대를 꾸며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30일 방송된 KBS2'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차원이 다른 무대연출과 물흐르듯 유연한 짜임새, 그저 노래만으로도 관객 한 사람 없는 무대를 꽉 채울 수 있는 나훈아의 존재감이 만들어낸 최고의 공연이었다.
'말도 필요없다 그저 들어라' 하는 듯이 거대한 배를 타고 무대에 입성한 나훈아는 '고향으로 가는 배'를 시작으로 진짜 기차를 타고 들어와 '고향역'을 부르는 등 유명 곡들을 차례로 불렀다.
입을 쩍 벌리고 무대를 보던 이들이 저절로 TV앞에서 박수를 치고 있을 무렵에야 첫 인사가 나왔다.
나훈아는 "오늘 같은 공연은 태어나서 처음 해본다. 우리는 지금 별의별 꼴을 다 보고 살고 있다. 그런데 진짜 제가 답답한게 공연을 하면서 서로 눈도 쳐다보고 '오랜만입니데이' 하고 손도 함 잡아보고. 뭔가 보여야 할낀데 우짜면 좋겠노"라면서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나훈아는 "그래서 만약에 뜨거운 감동이 느껴지면 나는 할 거는 천찌삐까리니까 밤새도록 할 수 있다"라며 박수를 유도했다.
또 "여러분 정말 우리에게는 영웅들이 있다. 코로나로 난리날 때 의사, 간호사, 관계자, 의료진 여러분이 우리 영웅이었다. 이분들 아니면 우리가 이걸 어떻게 헤쳐나갔을까. 젖먹던 힘도 내서 열심히 노래할테니까 의료진 여러분께 큰 박수, 그리고 대한민국을 외쳐주시라"라며 다음 무대를 이어갔다.
1시간을 꼬박 채운 뒤 2부 무대에서는 능청스럽게 무대에서 핑크색 재킷으로 의상을 갈아입어 팬들에게 웃음을 줬다. 전세계에서 시청 중이던 중년팬들은 "아이고 오빠야. 옷 좀 가리지요"라며 소녀팬처럼 호호 웃음 지었다.
이 백발의 오빠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덕에 '나훈아 나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SNS에서도 나훈아에 대한 관심은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나훈아 콘서트 4분만에 지금 배 3대랑 기차 한대 지나감"(1000**) "나훈아 콘서트는 비욘드 나부랭이처럼 가짜 용 나오고 차 나오고 이게 아니라 진짜 기차가 칙칙폭폭 하면서 나온다니까 이게 짬빠인가"(wwws**) "나훈아콘서트 보니까 아이돌온라인콘서트가 정말 허접하게 느껴지긴하네"(limo**)라며 감탄했다.
어르신들이 오빠팬 형팬으로 돌아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한 누리꾼은 "나훈아 콘서트 보는데 삼촌이 살쪘다고 대역 아니냐고 하고, 작은아빠는 나훈아 욕하지 말라고 함ㅋㅋㅋ 웃겨 까무라칠 것 같아"(25D0**) "도쿄올림픽 개막식보다 나훈아 콘서트가 더 멋있을 거라는 지인의 예언은 적중했다"(wooc**) "지금 보니까 할머니들 구시대라고 할 게 아녔음 나훈아 콘서트에 새로운 세상이 있었음 구시대는 나였던 거임"(boto**)이라는 반응도 쏟아졌다.
한편 이날 공연은 지난 23일 언택트(비대면)로 1000명의 온라인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방송은 다시보기 없이 생방송으로 딱 한 번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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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KBS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