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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다이노스 창단의 주역 이태일 전 대표이사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성백유전문기자]“야구선수들이 ‘저 팀에서 뛰고 싶다’는 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제 그 꿈이 이루어 진 것 같네요”.

NC 다이노스가 한국시리즈 챔피언의 축배를 들고 있는 순간, 고척돔 스카이박스(홈팀 임원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인물이 있다. NC의 창단부터 7년간 팀을 이끌었던 이태일(56) 전 대표이사였다.그는 주간야구에서 기자로 출발,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인사이드 피치’라는 칼럼으로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네이버 스포츠실장을 지내면서 프로야구 인터넷중계를 고착시킨 야구광이다.

이대표는 “9년 전 팀을 만들때 NC 가족들에게 ‘나무를 심는 사람처럼 일하자’ 고 했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정원을 완성하기 위해 건전한 야구 문화를 만드는 것을 주장했고 드디어 이루어 진 것 같다”고 했다. NC는 선배는 후배를 품어주고, 후배는 선배를 존경하는 팀의 문화를 만들게 됐다.

스카우트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야구도 잘하지만 야구계에서 품성 평가가 좋은 선수들을 선택했다. 스카우트들에게 “성적도 중요하지만 동료들과의 관계, 더그아웃에서 태도 등을 살펴봐 달라”는 요청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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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초대 NC 감독이 이태일 전 대표와 함께 한국시리즈를 관전하고있다. 2020.11.17.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에도 DATA팀에 “그 선수와 관련된 기사도 찾아보고 도박이나 음주 경력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인성 좋고 꾸준히 잘하는 선수를 선발했다. 뿐만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 통역을 선택하지 않고 한국을 잘 이해하는 미국인을 코디네이터로 기용하는 역발상으로 팀의 화합을 이끌어 냈다. NC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했던 이유다.

2012년 처음 신인을 뽑을 때 NC가 선택했던 나성범, 박민우, 강진성, 노진혁, 김성욱 등 당시의 꿈나무들이 팀의 근간이 됐다. 트레이드를 통해서는 원종현(LG), 김진성(SK), 임창민(넥센) 등이 후배들의 존경받는 선배로 자리잡았다. 우승경험이 있는 이호준(SK), 이종욱, 손시헌(이상 두산), 박석민(삼성)을 영입했다. 이들 중 박석민은 아직도 후배들과 뛰고 있고, 세 명은 코치로 활약 중이다.

이태일대표는 삶 자체가 야구다. 2018년 NC의 고문을 끝으로 팀을 떠나,지난해 2월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기록을 제공하고 있는 스포츠데이터 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를 이끌고 있다.

김택진 NC 구단주도 이태일기자가 쓴 ‘인사이드 피치’의 팬이었다. 인사이드 피치를 통해 그의 야구철학을 읽은 구단주가 팀 창단의 큰 일을 맡기게 된 것이다.

특히 이태일대표는 메이저리그 스타였던 박찬호와의 끈끈한 인연이 있다. 주간야구 기자시절 공주고 투수였던 박찬호를 동생처럼 보살폈다. 박찬호가 LA 다저스에 진출했던 1994년부터 메이저리그 야구를 접하면서 피트 오말리 다저스 구단주의 신임을 받았다. 국내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꿰뚫고 있다.

그는 ‘어떻게 NC 다이노스를 만들었는지’를 궁금해하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처음에는 “현 스탭들에게 물어봐달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6차전이 열리던 24일 낮 스포츠투아이 사무실 근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제가 부각되는 게 조심스럽다. 구단 안에서 노력하고 있는 분들이 차지할 영광이다”라고 하면서 고척돔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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